뉴욕증시 하락 마감… 美 소비 여전히 강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中 경기둔화에 비구이위안 사태 일파만파… JP모건 "올 성장률 6.4→4.8%"대외의존도 큰 韓, 내년도 저성장 우려… "脫중국 서둘러야, 인도 공략 필요"
  • ▲ 미중.ⓒ연합뉴스
    ▲ 미중.ⓒ연합뉴스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중국 주요 2개국(G2)의 불확실성이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애초 정부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했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미 동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61.24포인트(p) 내린 3만4946.39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전장보다 51.86p, 157.28p 떨어진 4437.86과 1만3631.05로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여전히 강한 소비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주목했다. 미 상무부가 집계한 7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6964억 달러(계절조정 기준)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0.7%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 폭은 올해 1월 이후 가장 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4%)를 웃돌았다.

    소비 증가세는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선언하기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보다 0.3% 올랐다. 시장 예상치(0.2%)를 웃돌았다. 5월에 0.3% 떨어진 뒤 6월 보합 수준을 보이다 반등한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0.25%p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경우 역전된 한미 간 금리차는 역대 최대를 경신하며 2.25%p까지 벌어지게 된다.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이 우려된다. 가계부채와 경기둔화를 고려해 금리를 동결해 온 한국은행의 운신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 ▲ 비구이위안 로고.ⓒ연합뉴스
    ▲ 비구이위안 로고.ⓒ연합뉴스
    중국은 최근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속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아시아 시장에서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5%, 산업생산은 3.7% 각각 늘어나는 데 그쳤다. 1~7월 고정자산 투자도 3.4% 증가하며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4.5% 감소한 2817억6000만 달러(369조7000억 원쯤)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2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다. 중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감소로 돌아선 뒤 올해 들어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 중국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1년 2월(-0.2%)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올 1월 2.1%를 기록한 뒤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296억 원쯤)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2021년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 위기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파장이 부동산 신탁 등 금융권까지 번질 조짐이어서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우려하는 경고음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1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비구이위안 사태가 중국의 부동산 투자신탁의 자금 조달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는 15일(현지 시각)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6.4%에서 4.8%로 대폭 내렸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는데 사실상 마지노선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JP모건은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도 4.2%로 낮춰잡았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 좋을 거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국이 5% 성장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제고 효과는 0.3%포인트(p)에 그칠 거로 분석했다. 올 초 기대됐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거라는 얘기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탈중국 플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화학제품 수요도 동반 감소하며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에 대한) 구조적인 산업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은 반도체 굴기 등으로 삼성전자나 우리 기업이 예전만큼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 기업으로선) 중국 시장을 대체할 새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인도, 동남아 등이 새 시장으로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인도 시장 개척을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이런 와중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저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다. 6월 말 전망은 2.0%였다. 한 달 새 0.1%p 하락했다.

    이들 8개 IB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1%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2.6%), 바클레이즈(2.3%), BoA-ML(2.2%) 등 3곳은 내년 2%대 성장을 전망했지만,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곳은 1%대로 내다봤다. 이들 IB 전망대로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보인다면 성장률 관련 통계가 확인되는 1954년 이후 최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