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협회 등 민간 기업 이어 공화당에서도 對中 규제 이견 분출中, 경기 나빠지자 한미일 외국 경제단체에 "외자기업 투자환경 개선" 블링컨-옐런 등 美 고위인사 잇따라 中 방문… 화해모드 분위기 조성 전망
  • ▲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갈등의 골이 깊어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규제 강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화해무드가 조성될 지 이목이 쏠린다. 중국 당국도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대신 친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치권을 비롯한 경제계에서 중국 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핵심 기술분야에 대한 대중국 규제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투자 규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미국 은행의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 규제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쪽에서는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 가운데 존 코닌(공화·텍사스), 밥 케이시(민주·펜실베이니아) 의원이 공동 발의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 내용을 놓고 공화당 내부에서 찬반이 나뉜다. 해당 수정안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테크 기업에 투자할 경우 연방 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정부가 일부 투자에 제동을 걸 수 있었던 이전 규제법에서 일부 후퇴한 법안이다. 

    그러나 공화당 하원에서는 신고 의무가 도입될 경우 과도한 정부 개입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문제 소지가 있는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식으로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상황이다.

    경제계에서도 추가 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가 추가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17일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자제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SIA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모호하고,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을 부과하기 위한 반복적 조치들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기업인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 우리나라와 대만 반도체 기업이 회원사로 있다. 

    SIA가 공개적으로 성명을 내며 미국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인공지능(AI)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것에 더해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가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고위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친강 외교부장,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을 만난 것은 물론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이달 6~9일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찾았으며 19일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의 안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의 친구이기에 베이징을 방문했다”며 “현재 세계에는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고 미중 양측은 오해를 풀고 평화적으로 공존해 대결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경제 부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7일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3%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수출, 소비, 투자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물론 6월 기준 청년 실업률까지 2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경제 반등을 노렸던 전 세계 국가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18일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은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의 주요 수입국이다. 세계 경제에 중요하다"며 "우리는 중국의 성장이 둔화할 때 많은 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도 민간기업과 외자기업 대표들을 불러 소통 활성화와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고 건의를 청취하는 등 기존의 규제 강화 기조에서 전환되는 모습이다. 

    중국 상무부는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중국 내 경제단체 중국한국상회를 비롯해 중국미국상회, 중국EU상회, 중국일본상회와 기업 30여곳이 참가한 '외자기업 협회를 위한 정책 해설·소통 원탁회의'를 열고 "더 나은 투자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천춘장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는 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외자 투자 유치를 더욱 중요한 위치에 놓고, 공평·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 조성에 힘쓸 것"이라며 "외자기업의 중국 내 경영에 양질의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