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총부채 200兆… 5년간 이자만 24兆 부담한 총리 "전기요금 인상 신중 검토"… 물가 자극 우려에 고민政, 내년 총선도 부담… 한은 "전기료 인상 없어야 물가 3%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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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총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국제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요금 인상 압박이 한층 거세졌다. 상황을 따져보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맞지만, 자칫 요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국제유가는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2.06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88.84달러로 90달러 가까이 육박했다.국제유가가 계속해서 치솟는 배경은 감산 연장 결정 외에도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원유공급 둔화로 재고 하락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13일(현지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할 예정인 석유랑 부족분 전망치에 따라서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칠 우려도 있다.국제유가가 하락했던 지난 5~6월 한숨을 돌렸던 한전은 다시 역마진 위기에 놓였다. 역마진은 에너지 판매단가보다 에너지를 사들이는 비용인 구입단가가 더 비싼 것을 의미한다.한전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계속해서 역마진에 시달리다가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과 더불어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이며 한숨을 돌렸다. 5월 전력 판매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38.83원, 구입단가는 132.43원을 기록해 6.4원 마진을 남겼고, 6월에는 판매단가 160.98원, 구입단가 129.83원으로 31원쯤의 마진이 남았다.7월의 경우 판매·구입단가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며 역마진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이에 더해 한전의 부채도 큰 걸림돌이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 부채는 올해 말 205조8000억 원을 기록한 뒤 2027년에는 226조3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이자는 올해 4조4000억 원에서 2027년 5조1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24조 원쯤이다. 매일 131억 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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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어떤 대책이든,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13일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역시 한전의 사상 최대 적자에 대해 "전기요금이 코스트(비용)를 반영해서 구성됐다면 손해를 보지 않고 파는 구조로 적자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장관에 임명되면 신임 한전 사장 등과 한전, 발전자회사의 경영쇄신 방안과 추가적인 재정건전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차고도 넘친다. 문제는 물가다. 석유류 가격 인상으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달(7월) 2.3%보다 1.1%포인트(p) 올랐다.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과일과 채소가격이 급등한 데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먹거리 물가까지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로선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상승에 불을 지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여기에 내년 4월 총선까지 고려하면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박창현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장은 지난 5일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해 10월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됐는데, 올해 인상이 없다고 한다면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없다면) 4분기 중에는 물가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