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신유열‧최성환 등 그룹 주요보직 올라 역할 확대기존 사업 강화 동시에 공격적 행보로 신사업 육성 도전“차기 오너 수업 중…아버지 세대와 다른 혁신경영 기대”
  • ▲ 사진 왼쪽에서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각사
    ▲ 사진 왼쪽에서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각사
    1980~1990년대생 오너 3~4세가 경영 보폭을 넓히며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은 그간 받아온 경영수업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 강화는 물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물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다. 

    1983년생인 김 부회장은 사장이 된 지 2년만인 작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현재 한화그룹 미래 사업의 핵심축인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총괄하고 있다. 특히 올해 그룹 최대 현안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진두지휘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대외적으로는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 등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그룹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전시회에 참석해 방산과 친환경 선박 등 주력 사업 세일즈에도 나서고 있다. 

    최태원 SK그룹의 조카이자 SK 3세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도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1981년생인 최 사장은 2009년 SKC에 입사한 뒤 SK(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사업개발 실장을 맡아 SK그룹의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2019년 SK네트웍스 기획실장으로 입사한 후 작년 말 사업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그는 올해 들어 총 11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 지분율을 3.1%까지 올리며 공격적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내외적 영향력 강화를 통해 SK네트웍스를 사업형 투자회사로 변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행보도 크게 늘었다. 그간 그룹의 미래 핵심사업인 화학 계열사에서 일선 업무를 맡았고, 최근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앞서 롯데홈쇼핑 등 사업장을 방문해 유통 사업을 살펴봤고, 지난 3월에는 한국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총괄회장을 신 회장과 함께 맞이하며 외연 확장에 나선 바 있다. 오는 22일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해 롯데의 주요 거점지인 베트남 사업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 밖에 눈에 띄는 경영 후계자들로는 정기선 HD현대 사장(82년생),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84년생), 구형모 LX MDI 부사장(87년생),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79년생),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82년생), 허태홍 GS퓨처스 대표(85년생),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추진실장(90년생), 조현민 한진 사장(83년생) 등이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광폭 행보로 그룹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 해양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친환경·스마트 기술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퓨처빌더’를 목표로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핵심 신사업으로 낙점,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회사 ‘아비커스’를 직접 챙기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명명식에 참석하고 친환경 기술을 직접 챙기는 등 ‘그린오션’ 시장을 선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도 조용히 그룹 전반의 경영을 챙기고 있다. 이 사장은 작년 말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1월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그는 코오롱그룹의 최고전략책임자(CSO)도 겸직하며 그룹 전반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구조 혁신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로 낙점된 구형모 LX MDI 대표도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맡고 있다. 1987년생인 구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LG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15년 LX홀딩스로 이동한 후 영기획담당 상무를 맡았으며 지난해 3월 전무 승진, 9개월 후인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해 신설된 그룹 싱크탱크인 LX MDI를 이끌고 있다. 

    LS그룹은 지난해 말 구자은 회장 취임 후 단행한 첫 임원 인사에서 구본규 당시 LS전선 부사장과 구동휘 E1 전무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구본규 사장은 주력인 해저케이블 제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해외 시장에서 수주 잭팟을 터트리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구동휘 부사장은 LS일렉트릭에 둥지를 틀어 전기차부품 등 미래핵심동력을 토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GS그룹에서는 1980년대생 중에선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의 활약이 남다르다. 1985년생인 허태홍 대표는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GS퓨처스 대표에 올랐다. GS퓨처스는 미국 실리콘벨리에 거점을 두고 있는 벤처캐피탈로 허 대표 취임 이후 북미 지역 신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올 4월에는 건설 기술 스타트업인 프로플랫폼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현재 CJ제일제당에서 식품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후 2017년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승진했고, 식품사업 부문의 식품 전략기획 1부장 등을 맡았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실장급인 식품 전략기획 1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공개석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진그룹 3세 조현민 사장은 올해 3월 ㈜한진의 사내이사에 선임된 데 이어 4월부터는 공익 법인 일우재단 이사회에 오너가 중 유일하게 입성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마케팅과 디지털 플랫폼사업 총괄로서 한진의 스마트 솔루션 물류 기업 도약을 이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3‧4세들은 기업의 성장엔진이 될 핵심사업과 미래 유망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차기 오너 경영인으로서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면서 “아버지 세대는 물론 60~70년대 생 총수들과도 차별화된 공격적인 행보로 혁신경영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