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일파만파… 정국 혼란·급랭 불가피野, 노란봉투법 등 악법 화풀이성 강행처리 우려… 국정 발목잡기 거세질 듯전문가들 "개혁 지지부진, 문재인 시즌2 그쳐… 부동산 개혁 등 용기 있게 밀고 나가야"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당내 이탈표로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박광온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키로 하는 등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거야(巨野)가 내홍에 휩싸이면서 민감 법안 처리 등 국정 운영 전반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응집력이 떨어지면서 입법전쟁에서 정부가 다소 유리해졌다는 견해도 있으나 되려 야당이 위험을 타개하려고 국정 발목잡기에 더욱 열을 올릴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클 수 있다며 '진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함께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총 295표 중 149표의 찬성표로 가결됐다.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 110명에 그동안 찬성 입장을 보인 정의당(6명)과 시대전환(1명)·한국의희망(1명) 및 여권 성향 무소속 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에서 29명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계산이다.이 대표가 전날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소속 의원에 부결을 호소했는데도 적잖은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본회의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의원들이 이를 수용했다고 이소영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른바 '배신자' 물색에 나선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극렬 반발까지 더해져 당 안팎의 극심한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앞으로 경제·민생 관련 입법 및 예산심의 국회에서 적잖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예상한다. 먼저 의석수를 무기 삼아 정부 정책의 입법 추진 과정에서 사사건건 딴지를 걸던 국정 발목잡기가 한풀 꺾일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일각에선 민주당 내분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분당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렇게까지 가진 않을 듯하다"며 "다만 이전만큼의 응집력은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갈등·대립이 본격화하면 응집·폭발력이 떨어질 수 있고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주요 이슈나 사안에서 직접적인 반대를 하기보다는 지역구 일정 등을 소화하며 소위 거리 두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 박사인 이성구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이사장도 이에 대해 "(민주당의) 결속력이 떨어지는 것은 (각종 정책입법을 추진하는) 정부·여당 입장에선 긍정적인 측면이 없잖을 것"이라고 동조했다.그러나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오히려 더 세게 (반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내부 혼란이 극심해지면 밖으로는 이를 숨기면서 멀쩡하게 일을 (잘)하고 있다는 티를 내야 하니까 노란봉투법, 현직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 등을 미친 듯이 할 거다"라고 부연했다. 윤 전 의원은 "이탈표는 (엄밀히 말해 민주당 의석수(168석)의) 4분의 1도 안 된다"면서 "(지난 8일) 민주당 설훈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바 있는데 당파성을 의심받을 땐 (대외적으로 지지세력에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더 세게 얘기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거나 반대로 꺼리는) 법안을 더 열심히 (반대하거나 적극 추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당장 민주당은 김진표 의장이 "여야 이견이 크다"며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분풀이하듯 통과시키려고 벼르는 중이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민주당이 '보복 입법'하듯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
일각에선 앞으로 남은 구속 관련 절차별 시나리오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이사장은 "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 구속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가령 (이 대표가) 구속되면 도덕적으로 엄청 타격을 받고 민주당이 분열될 수도 있겠지만,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한다면 (이 대표는) 기고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의원도 "남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가) 기사회생해 돌아온다면 완전히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이 이사장은 이 대표가 구속되면 여당도 타격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적으로 있을 땐 뭐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구속되면 소위 중립지대에서 이 대표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뛰쳐나올 수 있고 (공공의 적이 사라지면) 국민의힘도 비판과 공격을 받을 확률이 커진다. (이 대표 구속을 계기로) 민주당이 합리적인 정당으로 바뀌면 국민의힘으로선 위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 이사장은 정부·여당이 극심한 정국 혼란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면 개혁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여당이 정권을 잡은 후 자유시장주의 이념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망가뜨린 시장의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중대재해법 등 악법을 개혁하고 고치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문재인 시즌 2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부동산 문제는 어떤 노력도 없고 바뀐 것도 없다. 부동산 개혁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육·노동개혁과 달리 잘만 하면 반년 만에도 (개선의)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왜곡된 것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지표가 혼란스럽게 바뀔 수 있는데 괜히 손댔다가 그런 쪽으로 (지표가) 움직이면 욕을 먹을 텐데 하는 리스크 때문에 가만히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 경제의 기반을 굳건히 할 때인데 (총대를 메고) 개혁할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이 이사장은 정부의 연금개혁도 지적했다. 그는 "더 내고 덜 받자고 얘길하는 데 헛다릴 짚고 있다. 이는 젊은이들을 속이는 것이다. 세금으로 연금을 살리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세금은 늙은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다 내지만, (정부의 얘기는) 젊은이에게 연금에 더 기여하라는 것이다. 이는 형평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도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경기 활성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할 일이지만, 현재 그것을 추진할 정치적 리더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지 꽤 시간이 흘렀는 데도) 아직 방향이나 청사진을 제시해본 적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윤 전 의원도 정부에 혁신을 주문했다. 윤 전 의원은 "(정부가) 구조개혁을 얘기한다. 당장 반도체 혁신 클러스터나 새로운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로드맵 등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정말로) 우리 젊은이들이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럴 수 있게 (여건·정책 등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사진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정책에 대한) 접근성과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