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 韓-중동 간 첫 FTA최장 10년이내 관세 철폐… UAE, 최초로 온라인게임 시장 개방한국산 공산품 원산지 기준 완화·농축수산물은 역내산 원료만 인정내년 상반기 정식 서명 추진… 政 "협정 조기발효 노력, 新중동붐 확산 기대"
-
우리나라가 중동 지역 핵심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협정(FTA) 중 하나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었다. 중동 지역과의 FTA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활발한 중동 경제외교를 통해 커진 '제2의 중동붐' 기대감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UAE 통상장관회담'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Thani bin Ahmed Al Zeyoudi) UAE 경제부 대외무역 특임장관이 만나 양국 간 CEP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이를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이번 양국 간 협상은 한국이 24번째로 체결한 FTA다. 특히 한국과 중동 지역 간 FTA는 UAE가 최초다.UAE는 중동 지역의 핵심 우방국으로 꼽힌다. UAE와 한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195억 달러로 집계됐다. 교역 규모 순위 중 16번째에 해당한다. 양국 간 상호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누계 기준으로 71억 달러를 기록했다.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178개에 달한다.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UAE로부터 300억 달러의 오일머니를 유치하는 등 적극적인 경제외교에 나서면서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아울러 올 1월 윤 대통령의 UAE 순방이 양국 간 조속한 CEPA 체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키우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이날 안 본부장과 알 제유디 장관은 이번 CEPA 타결을 양국 간 교역·투자 확대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의 계기로 활용하자고 합의했다. 또 에너지·바이오·첨단산업 등의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앞으로 정부는 법률 검토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양국의 절차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
◇대규모 시장 개방… 수출품 관세 철폐, 게임·의료 서비스 진출한-UAE 간 CEPA를 통해 양국은 상호 높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게 된다. 전체 품목 중 한국은 92.8%, UAE는 91.2%에 적용되는 관세를 협정 발표 후 최장 10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합의했다.UAE는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 농·축·수산물, 신선과일, 라면, 인삼류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UAE의 친환경차 시장이 UAE와 FTA를 맺지 않은 경쟁국에 비해 먼저 열림으로써 한국은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한국은 UAE의 원유와 일부 석유화학제품, 나프타 등에 대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한국이 UAE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가장 비중이 큰 원유는 기존 3%의 관세를 10년에 걸쳐 철폐한다. 이를 통해 우리 정유 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원유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관세는 상호 5년간 50% 감축하기로 했다. 우리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가격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는 한편 국내 생산 나프타의 대(對)UAE 수출길도 모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서비스 시장은 온라인 게임·의료·시청각 분야 등 한국의 최우선 관심 분야를 UAE가 그동안 체결해온 CEPA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UAE는 CEPA 최초로 한국에 온라인 게임 서비스 시장을 개방했다. 우리 기업은 중동 지역에서 온라인 게임 이용시간과 게임 분야 지출액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히는 UAE에서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의료 서비스 개방을 통해선 양국 의료기관의 현지 개원과 원격 진료가 가능해진다. 정부 조달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과 유사한 수준으로 합의해 우리 기업의 UAE 조달시장 진출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
◇5대 분야 핵심 협력 약속… 원산지·데이터 협정문 채택양국은 이번 경제협정에 △에너지·자원 △바이오 경제 △스마트팜 △헬스케어 △첨단산업 등 5대 핵심 협력 분야별 부속서를 포함했다. 아울러 총 19장으로 이뤄진 협정문에는 원산지와 데이터에 대해 기업의 편의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5개 부속서 중에서 UAE는 지금까지 체결한 CEPA 중 최초로 에너지·자원, 바이오 등 2개 부문에 대한 별도 부속서를 채택했다. 이로써 평상시 양국 기업 간 협력을 주선함은 물론 공급망 교란 시 정부 간 긴급 협력에 관해서도 상세히 규정하게 됐다.협정문에는 우리 주요 수출품인 공산품·석유화학 제품의 원산지 인정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우리 주요 수출품이 대부분 해외산 재료나 부품을 활용해 제조되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국내 관련 업계의 민감성을 반영해 역내산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원산지로 인정하도록 엄격하게 기준을 정했다. 원산지 증명은 웹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도록 해 기업 편의를 증대했다.데이터의 경우 UAE가 맺어 온 CEPA 중 최초로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수집한 중요 정보를 국내로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기업이 현지에서 새로운 서버를 설치하지 않고도 기존 서버를 활용해 서비스에 나설 수 있게 해 우리 기업의 부담을 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