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여 금융기관 대상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고금리 환경 부담…경기 둔화 지속 시 은행권 위험 커져국내 5대 시중은행 건전성 관리에도 연체율 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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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발생 시 세계 주요 은행 자산의 3분의 1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국내 5대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 들어 지난해 두 배가 넘는 부실 채권을 상각·매각에 나선 가운데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인해 당분간 연체율은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5일 IMF가 공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에는 전 세계 33개국, 약 900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회복력을 갖고 있지만 60여 개 은행의 자본 수준이 낮았다. 이는 글로벌 은행 자산의 약 5%를 차지한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놓이면 은행권 위기는 훨씬 심각해졌다. 전체의 5분의 1 정도인 글로벌 은행 자산의 36%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규제 기준인 7%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엔 중국과 유럽, 미국의 시스템적 중요 은행(SIB)들이 포함된다.

    시나리오상 세계 금융기관들의 CET1 비율은 지난해 12.6%에서 내년 10.1%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는데, 하락폭이 -3.9%로 중국이 가장 크고 유로권(-3.4%)과 미국(-1.6%)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금리가 200bp(1bp=0.01%포인트) 오르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2% 역성장하는 상황을 전제로 했다. 내년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5%다.

    IMF는 최근 업데이트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 3.5%에서 올해 3.0%, 내년 2.9%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7월에 예측한 3.0%보다 0.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많은 선진국에서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여전히 높고 금리 인상이 계속되자 대출자들의 부채 상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9월 3조2201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지난해 동기(1조5406억원)의 2배 이상일 뿐 아니라,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1억원)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올해 3분기에만 1조73억원어치 부실채권이 상·매각됐다. 2분기(1조356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작년 3분기(5501억원)의 1.83배에 이른다.

    시장에선 금융지원 종료 등 영향으로 연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고 경기도 둔화하는 만큼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손 상각·매각도 4분기 이후 계속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7%·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지난 8월 말(평균 0.34%·가계 0.30%·기업 0.37%)보다 0.03%포인트 낮지만 지난해 9월 말(평균 0.18%·가계 0.16%·기업 0.20%)보다는 0.13%포인트 높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29%에서 0.26%로 0.03%포인트 하락했으나 1년 전(0.21%)과 비교하면 0.05%포인트 상승했다.

    IMF는 금융 부문의 규제와 감독 강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 부문 책임자는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할 때까지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단호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