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경계현, 거취 주목… 실적 부진 책임론 부상노태문 사장 존재감↑… 폼팩터 혁신 통해 신시장 개척 평가성과주의 이어갈지 주목… 콘트롤타워 부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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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지 1년을 맞는 가운데, 곧 있을 정기 인사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올해 인사에서도 삼성 특유의 '신상필벌' 인사 원칙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도체와 가전 등 실적 부진을 겪는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분위기 쇄신을 위한 고강도 인사 조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시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통상 정기 사장단 인사 뒤 하루 이틀 간격을 두고 임원 인사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이 회장이 취임한지 1주년인 점을 고려하면 인사 시점이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올해 관전 포인트는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의 거취여부다. 한 부회장은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한 정통 삼성맨으로 2017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임명됐다.한 부회장은 지난 2021년 말 CE(가전)와 IM(IT & Mobile)으로 나뉘어있던 사업부를 통합해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도 겸직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에 성공, 임기는 2026년까지다.그럼에도 한 부회장이 인사에서 거론되는 이유는 삼성 내 암묵적 룰인 이른바 '60세 룰'에 적용되고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까지 부상해서다.60세 룰은 만 60세 이상의 고위 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60세 미만의 40, 50대 사장이 승진하는 구조다.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을 이끌던 때부터 인사 세대교체의 원칙으로 사용됐다. 이 회장 역시 젊은 인재를 과감히 등용하는 등 세대교체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부회장을 포함해 현재 삼성전자 내에서 60세가 넘는 부사장급 이상 임원은 약 20명 수준이다.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 2분기에 각각 6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무엇보다 경쟁사와 비교해 가전사업의 차별화되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데다 실적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전사업에서도 성장한계를 돌파하고 비전을 제시할 리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일각에서는 한 부회장의 역할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로 대외 활동에 제약이 있는 만큼 한 부회장이 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사업을 이끈 상황에서도 각종 대외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생활가전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를 누가 맡을지가 주목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이 거론되고 있다.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사장도 위기론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만 반도체 사업에서 9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연간으로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황 회복도 내년에나 가능해 연내 흑자전환은 사실상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D램 경쟁력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비교해 앞서 있다는 평가를 줄곧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에서도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가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먼저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등 첨단 공정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부문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을 통해 대만 TSMC와 격차를 줄일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에 따라 연말 인사에서 교체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는 상황이다.반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MX사업부에서 올해 반도체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상당 부분 상쇄했고 폴더블폰 시리즈 흥행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애플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했으면서도 2조원대 영업이익으로 복귀한데는 모바일 사업 효과가 컸다. 올해 초 선보인 '갤럭시S23'에 이어 하반기 신제품 폴더블폰 시리즈가 흥행하면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Z플립5·폴드5'는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된 이후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우며 폴더블 1위 명성을 이어갔다. 국내에서만 사전 판매량 102만대 신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인도나 동남아, 중남미 등 스마트폰 수요가 성장할 여지가 큰 시장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분위기라면 갤럭시Z5 시리즈 판매량이 전작을 넘어서 1000만 대 수준에 육박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는 상황이다.내년 상반기에도 삼성의 스마트폰 출시 시계는 앞당겨질 것이라는데 힘이 실린다. 통상 매년 2월 언팩 행사를 열고 상반기 신제품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를 공개했던 삼성은 내년에도 한달 가량 신제품 공개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IT·부품 계열사 사장단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과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를 이끌고 있는 최윤호 사장은 대표를 맡은지 2년에 불과하고 올해 실적도 좋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사장단 이하 임원 인사에서는 젊은 세대의 과감한 발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과감히 발탁하는 등 이 회장의 뉴삼성이 젊은 리더를 중심으로 꾸려질 것임을 재확인했다. 여성 리더 발굴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영희 DX부문 글로벌 마케팅실장을 승진시키며 삼성에서 오너 일가 외에 첫 여성 사장을 배출했다.이와 함께 올해는 계열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콘트롤타워 부활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옛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며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후 삼성전자(사업지원TF), 삼성생명(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EPC경쟁력강화TF) 등 3개사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가 주요 현안 결정의 중추 역할을 하고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과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이 각각 금융경쟁력제고TF장, 삼성물산EPC경쟁력강화TF장을 맡아 미전실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그러나 사업 운영에 있어 접점이 없어 미래 먹거리 발굴과 투자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콘트롤타워 부활에 대한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재계에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내외 시선이 여전히 부담스러운데다 자율경영체제가 자리 잡히면서 내부에서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점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