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품∙소재 협력회사 8곳 핵심 경영진 승지원 초청故 이건희 선대회장 '韓日 신뢰구축' 의지 계승-발전30년간 흔들림 없는 파트너십… "긴밀한 협력 미래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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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인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정례 교류회를 주재했다. 故(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뜻을 계승해 삼성과 일본 부품∙소재 업계의 공고한 신뢰∙협력 관계를 미래에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22일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주말 서울 한남동 승지원(承志園)에서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인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정례 교류회를 주재했다.올해 발족 30주년을 맞은 LJF는 故(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전자와 일본 내의 반도체·휴대폰·TV·가전 등 전자업계 부품·소재 기업들의 협력 체제 구축을 제안해 1993년 시작된 모임이다. 이 회장은 2013년 이건희 선대회장과 함께 LJF 교류회에 참석했고 6년 뒤인 2019년 와병중인 선대회장을 대신해 교류회를 대신 주재했다. 이어 올해 회장으로서 첫 교류회를 주최했다. 한국에서 대면 교류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만이다.LJF 교류회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노태문 MX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관계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LJF에서는 TDK, 무라타 제작소, 알프스알파인 등 전자 부품·소재 분야 8개 협력회사 경영진이 참석했다.올해 교류회가 삼성이 주요 손님을 맞고 미래를 대비하는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승지원에서 열린 것은 선대의 유지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이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승지원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이병철 창업회장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취지에서 이름을 '승지원'으로 지었다.승지원은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이 주요 손님을 맞고 '미래를 대비'하는 삼성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진 의미 깊은 장소로, 이재용 회장도 글로벌 인사들과의 미팅에 승지원을 활용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7월 일본 게이단렌 임원들을 승지원에서 만났으며, 2019년에는 한국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승지원으로 초청해 차담회를 갖기도 했다. LJF는 2006년 승지원에서 열린 정례 교류회를 계기로 삼성과 회원사 대표이사 중심의 교류회로 격상했다.이 회장은 교류회 환영사를 통해 삼성이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일본 부품∙소재 업계와의 협력이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이 회장은 "LJF 발족 이후 지난 30년 동안 LJF 회원사와 삼성 간 신뢰와 협력은 한일 관계 부침에도 조금도 흔들림 없었다"며 "일본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미래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이어 "삼성과 일본 업계가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더 큰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천리길을 함께 가는 소중한 벗' 같은 신뢰·협력 관계를 앞으로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교류회를 계기로 향후에도 한국과 일본 양국 경제의 '윈-윈(Win-win)'을 위한 민간의 가교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이 회장은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자 LJF를 포함한 일본 재계 네트워크를 즉각 가동해 삼성과 한국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무역 분쟁 조기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주력했다. 이 회장은 2019년 7월 무역 분쟁이 시작하자마자 일본으로 출국해 LJF 회원사 경영진 등 현지 재계 인사들과 만난 바 있다.또한 이 회장은 이어 양국 갈등이 고조하던 2019년 10월 당시 와병 중이던 이 선대회장 대신 LJF 정례 교류회를 한국에서 주재했다. 이 회장이 한일 관계 악화에도 흔들림 없이 삼성과 일본 유력 부품∙소재 기업들의 상호신뢰를 굳건히 다지는 교류회를 주도하면서 양국 경제계의 긴밀한 협력을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이듬해 9월에는 경색된 한일 관계에 코로나 19까지 겹쳐 한일 양국의 기업인 왕래가 제한되자 도미타 고지 당시 주한일본대사와 만나 한국 기업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비자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해 줄 것을 건의했다.한일 정부는 그 해 10월 '기업인 특별입국절차' 시행에 합의해 기업인 왕래를 7개월만에 재개했다. 이 같은 극적 합의가 도출된 데에는 이 회장의 호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일 무역 분쟁은 올해 공식 종결됐는데, 이 회장은 종결에 이르기까지 수 차례 비공식적으로 일본을 찾아 일본 재계와 소통하며 분쟁을 매듭짓기 위한 과정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영대학원에서 유학하고 故 이 선대회장을 따라 젊은 시절부터 일본 재계 리더들과 인맥을 다져왔다"면서 "한일 양국 경제계를 이어주는 소중한 가교이자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민간 외교 자산"이라고 평가했다.이 회장은 2022년부터 본격화된 한일 양국의 경제 협력 복원 과정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7월 일본 최대 재계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聯)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과 히가시와라 도시아키 부회장(히타치그룹 회장)을 잇따라 만나 양국 재계의 협력 회복 방안을 논의한 것이 대표적이다.이 회장과 게이단렌 회장단의 회동은 올해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 회장이 참석하며 대대적 화합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 대통령의 한일 경제인 행사 참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2009년 6월, 한일 경제인 간담회) 이후 14년 만이자 국내 주요 그룹 회장이 다 함께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1998년 10월 제15차 한일 재계회의 이후 24년여 만이다.이 회장은 올해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敵)은 적을수록 좋다"며 일본과 협력해 글로벌 경제위기, 미국-중국 무역분쟁 등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이와 함께 이재용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이 선대회장 때부터 이어진 일본 재계와의 네트워크를 더욱 굳건하고 두텁게 키워왔다.이 선대회장은 이 창업회장이 타계한 직후인 1987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 회장을 대동하고 히타치, 마쯔시타, 소니, 도시바 등 일본 주요 고객사들을 방문했다. 이 창업회장 타계 이후에도 삼성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일본 주요 고객사들에게 심어 주면서, 신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다.이 회장은 지금도 매년 봄에는 일본의 주요 고객사들을 방문해 신춘(新春) 인사회를 갖기도 하고, 이 선대회장이 발족한 LJF 회원사들과 지속 교류하는 등 선대의 뜻에 따라 일본과의 신뢰 관계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오고 있다.이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긴밀한 사이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손 회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차세대 통신 및 사물인터넷 등에 대해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일본 통신업계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 왔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일본 내 인적 네트워크에 힘 입어 NTT도코모, KDDI 등 현지 1, 2위 통신사업자에게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본 일본 기업에 무리한 납기를 요구하지 않도록 일본 법인에 지시하는 등 일본 기업과의 신뢰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당시 이 회장은 일본의 주요 파트너들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을 보고 매우 놀랐고 안타깝다"며 "종업원과 가족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혹시 피해가 있을 경우 빠른 복구와 생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