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서 내년 낸드 설비투자 '11조' 전망시장 불황 내년까지 지속 전망 불구 투자 규모 '유지' 초강수나머지 낸드업체 투자 '삼성 1/5'… 시장 지각변동 앞당길 듯
  • ▲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낸드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적자가 이어지는 업계 상황에서도 독보적인 투자 규모를 이어가며 낸드 사업 초격차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낸드에만 11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이어 낸드시장 지각변동에 불을 당길 전망이다.

    23일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설비투자(CAPEX) 규모를 11조 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 보단 약간 줄어든 수치지만 최근 낸드시장 불황으로 강도높은 감산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론 투자를 늘리는 셈이라는 평이 나온다.

    삼성은 낸드시장에서 점유율 31%를 보유한 1위지만 그만큼 경쟁사 대비 투자 규모도 압도적이다. 특히 내년엔 시장 3위와 4위인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낸드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삼성도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에 대한 대비에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핵심으로 삼는 전략이 바로 설비투자 규모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삼성이 내년에 낸드에만 11조 원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나머지 상위업체들 상당수는 삼성의 20%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내년 설비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낸드시장 2위로 올라선 SK하이닉스만 해도 내년 낸드 분야 설비투자 규모가 2조 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그나마 삼성을 제외하곤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규모로 투자에 나서는 곳이지만 삼성의 5분의 1 수준이다.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내년에 합병에 성공해 통합법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설비투자 규모가 2조 원 안팎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의 통합 시장 점유율이 삼성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커지는 것에 비해 설비투자 계획은 상당히 소극적일 것이라는 것이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시장 5위 마이크론도 이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내년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시장 1위인 삼성이 이처럼 압도적인 수준의 낸드 투자를 이어가는데는 시장 불황시기에 초격차를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뺏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다운턴이 올해 하반기 바닥을 찍을 정도로 극심해지면서 1위 삼성 마저도 낸드사업에서 조단위 적자를 기록할만큼 낸드업체들은 생존 위기 상태다.

    당장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막대한 설비투자를 집행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더구나 지난 3분기 바닥을 확인한 D램과는 달리 낸드는 적어도 내년 말까진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라 기존 설비투자 규모를 오히려 삭감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시장 1위 삼성이 설비투자를 늘려 내년 낸드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시장상황에선 5곳의 낸드 제조사들이 더이상 공존할 수 없고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자가 도태되는 방식으로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과정을 삼성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앞당길 수 있다고 관측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1위인 삼성이 설비투자를 늘리는데 나머지 기업들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결국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재 낸드시장의 구조"라며 "문제는 1년 가까이 수조 원 적자를 낸 낸드기업들이 삼성만큼의 투자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도 낸드사업에선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D램 사업이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내며 투자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D램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예년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SK하이닉스도 D램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실적개선에 나서면서 낸드 분야 큰 폭의 적자를 메우고 그나마 설비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있는 상황이 예상된다.

    반면 내년까지도 적자가 예상되는 마이크론이나 이미 재무 여력을 상실해 합병과 기업공개(IPO) 등으로 생존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당장 내후년만 되도 경쟁력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낸드사업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합병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낸드 불황이 끝난 이후에도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