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소시장 입찰요건 진입장벽 높아경쟁사 간 공동투자 및 합작법인 세워"단일기업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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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재생 에너지 사업을 둔 연합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래 에너지로 떠오른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각 기업의 주력 사업을 앞세워 윈윈(win-win)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화 업체들은 탄소 감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수소 및 액화수소·탄소포집 핵심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생산부터 유통까지 벨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사와 맞손을 잡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SK이노베이션과 SKIET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을 위해 힘을 합쳤다. 이들은 탄소포집 핵심기술 및 노하우를 활용해 탄소포집 공정 개선과 고성능 신규 분리막 최적 공정을 함께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끼리의 협력뿐 아니라 정부와의 협력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SK E&S는 지난해 산업부, 국토교통부 등을 비롯해 하이창원, 현대자동차와 '액화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 E&S, 효성, 하이창원 등 액화수소 공급사들은 경쟁력 있는 액화수소를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유통하는 데 주력하고, 현대차는 액화수소의 주요 활용처인 수소 상용차가 차질 없이 생산될 수 있도록 유지·보수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들이 하는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보태는 등 역할 분담을 나눴다. 

    아예 합작 법인을 세운 곳도 있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는 합작법인 롯데SK에너루트를 지난해 10월 설립했다. 설립 이후 첫 사업으로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에 3000억원을 투입,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부생수소 등 연료 및 부지 공급을, SK가스는 부생수소 공급 및 발전사업 역량, LPG 충전소 네트워크 및 운영 노하우 공유를 담당했다. 에어리퀴드코리아는 수소 공급망 및 유통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이들이 서로 경쟁 구도에 있음에도 합작 투자에 열을 올리는데는 수소 시장에 발을 들이기 위한 입찰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이 주효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면서 재무요건, 신용평가등급 요건 등 입찰자 요건 진입장벽이 높아진 상황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에서 수소발전을 분리해 육성하는 제도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달리 연료비가 소요되는 까닭에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마련됐다. 연료전지, 수소터빈, 암모니아 혼소 등 수소발전 기술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또 단일 기업으로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대비 국내 미래 에너지 시장이 아직 초기인데다 시장 캐파를 혼자 키우기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활용까지 벨류체인을 구축하려면 기업 간 협력이 더 효율적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 기업마다 목표로 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공동 투자 및 합작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며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 수소의 저장 및 유통까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점에서 협력 행보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