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흑연 2026년까지 유예배터리사 "공급망 다변화 2년 시간 벌었다"중국산 동박도 보조금… SK·롯데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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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산 흑연 규제를 2년 유예한 가운데 K-배터리 유불리 여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국내 배터리 3사 대표들은 이번 조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2년 더 주어진 만큼 미국의 중국산 흑연 규제가 더 깐깐해졌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또한 중국산 동박과 분리막도 미국 IRA 보조금 수령이 가능해지면서 전체적으로 K-배터리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미국 재무부는 지난 3일 IRA 최종 지침을 발표하고 중국산 흑연이 들어간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에도 2026년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 규정에서 2년의 유예기간이 추가된 셈이다.중국산 흑연에 90% 넘게 의존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공급망 재편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지난 8일 산업부가 개최한 ‘미국 IRA 민관 합동회의’에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시간이 2년 정도 확보됐고, 준비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업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다만 시간이 2년 늘어난 만큼 미국 정부의 요구사항도 늘어났고, 이는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RA 최종 지침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는 업체들은 2027년 1월 1일 전까지 미국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보고서에는 2년의 유예기간 종료 후 중국산 흑연을 대체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철저한 증거(robust documentation)’가 포함 돼야 하며,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이 납득할만한 수준이어야 한다.예컨대 비중국산 흑연 공급사 후보, 장기구매계약 현황, 계약 완료된 공급사 등을 소명해야한다고 미국 재무부는 밝혔다.생산량 기준 전 세계 흑연 중 34.6%에 불과한 비중국산 흑연을 두고 치열한 확보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재료비 부담이 증가해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한편 이번 IRA 최종 지침이 중국산 동박과 분리막에도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면서 이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국내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동박과 분리막은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이번 IRA 최종 지침에서 동박과 분리막은 배터리 부품(component)이 아닌 배터리 소재(material)로 분류됐고, 덕분에 IRA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중국산 동박과 분리막을 쓰는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도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국내 대표 동박 생산업체로는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 있다. 양사의 동박 사업은 전기차·배터리 업계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는데, 이제는 저가 중국산 제품과 경쟁할 처지에 놓였다.분리막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배터리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주로 ‘코팅’된 분리막이 사용된다. IRA 최종 지침은 코팅된 분리막을 배터리 부품(component)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중국산 코팅 분리막은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하지만 코팅 전 분리막을 북미로 가져와 코팅할 시 중국산이더라도 IRA 규정을 우회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일각에선 코팅 전 중국산 분리막을 북미로 가져와 코팅하는 방안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요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지만, 최근 미국 완성차 기업들의 행보를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미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 GM과 포드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LFP 배터리 라이선스 계약을 협의 중이며, 미국이나 멕시코에 합작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GM과 포드가 북미에 LFP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 코팅 전 중국산 분리막을 북미로 들여와 코팅하는 공장이 지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국내 대표 배터리 분리막 업체로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IET, LG화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