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의심사업장 200곳 중 62곳 근로감독 중간결과 발표62% 39곳서 위법 적발, 면제한도 초과·운영비 원조 36건 최다정부 "불법행위 근절"… 勞 "구시대적 노조통제, 조직적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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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동조합의 '근로시간 면제제도(근면제)' 운영 현황을 예의주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지난 9월 실태조사에 이어 중간 기획감독 결과에서도 다수의 위법 사업장이 적발됐다. 정부는 엄정 대응 기조를 밝히며 최근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에 이은 노조 관리 '2차전'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노조는 이에 맞서 이달 중 예고된 대규모 집회의 투쟁 화력을 더욱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고용노동부는 2일 '근면제 운영 및 운영비 원조 기획 근로감독'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올 5~7월 실시한 근면제 실태조사에서 다양한 위법 사례가 발견되자, 의심 사업장 200개소에 대해 근로감독을 진행했다. 이번 중간 결과는 200개소 중 9~10월에 이뤄진 62개소를 대상으로 한다.근면제는 노조 전임자의 노조 업무시간 일부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타임오프(Time-off) 제도라고도 일컫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4조와 '노조법 시행령' 제11조의2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근로자가 임금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이나 고충 처리 등 원활한 노사 관계를 위한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노조의 위법한 근면제 운영 현황은 올 5~7월 실태조사에서 처음 발각됐다. 노동부가 9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근면제 한도를 초과한 사업장은 63개소(13.1%)로 나타났다. 이 중 법상 허용되는 면제 시간을 3배쯤 초과해 6만3948시간을 운영한 사업장도 확인됐다. 면제자에게만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업장은 37개소(7.7%), 면제 시간 차감 없이 별도의 유급 조합 활동을 인정한 사업장은 80개소(16.7%)로 집계됐다.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는 근로시간 면제자는 총 3834명에 달했다. 연간 면제시간은 총 450만 시간, 면제자의 월평균 급여 총액은 112억 원으로 나타났다.이번 중간결과에서도 62개 점검 사업장 중 절반을 넘는 39개소(62.9%)에서 위법이 적발됐다. 내용별로는 △면제 한도 초과·운영비 원조 36건 △단체협약 관련 위법 19건 △비면제업무 유급처리 4건 등이었다.구체적인 위반 사례를 보면 지방공기업 A사는 면제자 지정 없이 면제자를 사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를 10배 초과하고, 파트타임 면제자들이 근면제 대상 활동을 했음에도 차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 한도를 1만8000시간 넘겼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B사는 면제 한도를 전체 사업장 기준으로 정해야 함에도 공장별로 면제자를 운영하고, 수 개의 노사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상설화해 위원회 전체 기간을 유급으로 인정했다.운영비 원조에 대해서는 통신·방송 장비 제조업체인 C사가 제네시스·그랜저 등 고급 승용차 10대에 대한 노조의 렌트비를 1억7000만 원 지원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D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노조에 총 10억4000만 원의 운영비를 원조한 사실이 적발됐다. 반도체 제조업체 E사는 노조위원장에게만 기본급을 증액해주고, 차량과 차량유지비 등 수 백만 원을 원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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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강경한 대응 기조를 밝혔다. 적발된 위법 사항에 대해 해당 사업장에 시정지시를 내리고, 불응할 경우엔 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등을 조처할 방침이다. 현행 법에 따라 면제 한도 초과·운영비 원조 등 부당노동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단체협약 관련 위법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단체협약 미신고 등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벌이 내려진다.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개혁' 과제 일환으로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를 실행한 정부는 이번 근면제의 기획 감독도 노조에 대한 개혁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노조 회계 공시는 정부가 마련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시하는 노조에게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가 적용 대상이다. 정부는 특히 상급 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연좌제' 방식을 채택해 양대노총을 압박했다.이날 중간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정부는 노조 회계 공시 제도 운영으로 노조의 투명한 회계 운영이 확산되는 발전적 계기를 마련하고, 적법하고 합리적인 근면제 운영을 통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예방하며 노조의 자주성이 확보될 수 있는 합리적인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회계 공시 의무화와 근면제의 적법한 운영을 병행해 노동개혁의 골자인 '노사법치'를 확립하겠단 얘기다.양대노총은 모두 회계 공시를 하겠단 입장을 밝힌 상태지만,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순응하겠다는 태도는 아니다. 조합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판단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들은 회계 공시는 '노조혐오'이자 '노동말살'이라고 비판하며 이달 투쟁에 더욱 수위를 높여 임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이날 근면제 중간결과 발표는 투쟁 수위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노동부의 근면제 중간발표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기획 근로감독은 부당노동행위 중에서도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과 사용자의 노조 편의 제공에만 초점을 뒀다"면서 "사용자에 기울어진 반노조 근면제 기획 감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구시대적 노조 통제도구인 근면제와 편파적인 부당행정에 조직적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근면제 중간결과 발표는 노조를 흠집내고 노조를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윤 정부의 치졸한 협작"이라면서 "근면제는 노조 대표의 활동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제도를 악용해 노조를 옥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한술 더 떠서 노사 자율을 훼손하고 오히려 노사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각각 이달 11일 '전국노동자대회'와 '총궐기 대회' 등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규모는 각각 10만 명과 20만 명으로, 하루에 총 30만 명의 노동자들이 수도권에 집결하는 셈이다. 이들은 연이은 정부의 노조 집중 관리에 반발하며 총력 투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정부는 이번 근면제 중간결과를 발표한 62개소에 이어 남은 140개소에 대한 점검도 이달 중 마칠 예정이다. 140개소에서도 다수의 위법 사례가 적발될 시 근면제를 둘러싼 노정 간 갈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차관은 "건전한 노사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근면제 한도 위반 등의 불법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이달까지 추가적으로 근로 감독을 지속하고, 향후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근로감독을 확대하는 등 상시 감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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