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합병 무산낸드사업 분리 강행…주가 반짝 오르고 실익 물음표무디스, Ba2로 등급 조정… "원리금 상환 가능해도 투자 부적격"길어지는 낸드시장 불황에 내년 전망도 우울… "낸드업계 퇴출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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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4위 기업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일본 키옥시아와 합병이 불발되고 낸드사업 분할을 결정하며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위기에 빠졌다. 반도체업계에선 낸드시장 불황이 끝나기도 전에 시장에서 퇴출될 1순위로 WD를 꼽을 정도다.6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지난 1일(현지시간) 웨스턴디지털의 신용등급을 Ba2로 강등했다. Ba2는 장기신용등급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정크(Junk) 등급이라고도 칭한다.무디스는 현재 WD의 재무상황이 원리금을 이행할 능력은 있지만 향후에는 이 능력 또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추가적으로 등급 하향 가능성도 시사했다.WD는 최근 키옥시아와의 합병을 추진하다가 SK하이닉스 등 주주들의 반대에 우선적으로 부딪혀 계획이 좌절됐다. 그 후 곧바로 낸드플래시 사업을 분할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등을 제조하는 데이터스토리지 법인과 함께 2개의 상장사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WD 주가는 키옥시아와 합병 추진을 못하게 되면서 곤두박질쳤다가 그나마 낸드사업 분할로 회복세를 나타내며 급등락을 오갔다. 앞서 지속적으로 WD에 낸드사업 분할을 요구해온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도 WD의 이 같은 결정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최근 2년 사이 불어닥친 메모리 반도체 시장 다운턴으로 낸드시장은 유례없는 불황을 지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 IT기기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과잉 상황이 이어지며 업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게 낸드시장이 처한 최대 문제다.D램 시장과 달리 낸드시장엔 비슷한 점유율을 보유한 제조사들이 다수 포진해있어 업황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완벽한 과점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낸드시장엔 1위 삼성(점유율 34.3%)을 제외하곤 비슷한 점유율로 키옥시아(2위, 점유율 19.6%), SK하이닉스(3위, 17.8%), 마이크론(5위, 10.9%), YMTC(6위, 3.5%) 등이 경쟁하는 구조다.이런 구조 탓에 낸드업체들은 일찍부터 치킨게임을 통해서라도 하위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그 공백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D램과 같은 과점시장을 만들 필요성을 인지했다. 특히 이번에 다운턴에선 하위업체가 밀려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낸드업체들 간의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았다.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키옥시아와 WD가 합병을 추진했지만 물거품이 됐고 결국 키옥시아와 WD가 각자도생하며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키옥시아와 WD가 낸드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는 첫 희생자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키옥시아와 WD 모두 이번 다운턴에 앞서부터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던터라 합병 결렬 이후 뾰족한 대안이 서지 않는다면 파산의 위험성이 높다.그 중에서도 WD는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에 빠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게 반도체업계의 평가다. 키옥시아의 경우 일본 정부가 나서 수조 원대의 금융권 대출 지원을 약속할 정도로 생존 의지가 강력하지만 WD는 기댈 언덕이 없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게다가 WD는 키옥시아와 합작으로 지은 생산공장을 중심으로 낸드를 제조하고 있어 여러 제조 공장을 두고 있는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기 쉽다는 측면도 있다.낸드시장 수요가 내년 하반기까지도 되살아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WD와 같이 재무여력이 없는 기업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전망과 시장분석기관들의 내년 낸드시장 전망에 따르면 적어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수요가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해 내후년 정도에 비로소 업황 반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