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6개월만 수신경쟁 막힌 은행들 채권으로만기 은행채 25조 남아"순발행 기조 당분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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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채 발행 규모와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약 7조 5000억원 순발행을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벌써 1주일여 만에 순발행 규모가 6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관심은 이달 은행채 순발행 규모가 3년 6개월 만에 10조원을 넘길지 여부다. 월별 순발행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20년 4월이 마지막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간 중 은행채 순발행액은 5조 7300억원으로 나타났다. 

    발행액이 10조 7000억, 상환액은 4조 9700억원이다. 고작 9일 만에 연중 최고치인 7조 5393억원 순발행을 기록한 지난달 기록에 거의 근접했다. 

    채권 순발행액은 채권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금액을 말한다. 순발행액이 플러스(+)라는 것은 그만큼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섰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은행채 순발행액이 10조원을 넘긴 달은 지난 2020년 4월(10조 3400억원)이 유일하다. 

    그 다음으로 순발행액 규모가 컸던 달은 2020년 3월(9조 3800억원)과 2021년 10월(9조 1500억원)로 10조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은행권은 작년 9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일반 고객 대상으로 판매하는 예금상품 금리를 높여 자금을 유치했다. 이렇게 판매한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자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 규제를 폐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당국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채로의 시중자금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은행들의 채권 발행에 제한을 뒀는데, 올해 또 다시 작년과 같은 금융권 수신경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규제를 풀어줬다.

    이에 따라 당국이 우려했던 고금리 수신경쟁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 은행들 간 자금유치 경쟁이 격화되면서 은행채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면 조달비용이 늘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 증가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채 금리와 은행채 금리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 한 달간 국채 금리 하락폭에 비해 은행채 금리 하락폭이 작았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4일 국채 2년물 금리는 4.093%에 달했으나 약 한 달 뒤인 지난 8일 금리는 3.868%로 22.5bp(1bp=0.01%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채 2년물 금리는 4.488%에서 4.325%로 16.4bp 하락에 그쳤다.

    아울러 은행채 발행 급증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업체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 수신기능이 없는 여전사는 자금조달 대부분을 채권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신용등급 AA-인 기타금융채(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월만 해도 4% 중후반대에 형성됐으나, 10월 들어 5%를 훌쩍 넘었다. 지난 10월 한 달 캐피탈채는 5270억원 순상환됐는데, 이는 작년 10월(약 2조 3000억원 순상환) 이후 최대치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에 판매한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오고 있고, 연말까지 만기인 은행채도 25조원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채 순발행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