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기존 범용 화학 시장 중국에 밀려와해외 기업, 환경 규제로 폐플라스틱 소재 활용 중600조 시장 전망, '선제적 대응'으로 미래 동력 확보
  • ▲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SK지오센트릭
    ▲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SK지오센트릭
    "SK지오센트릭의 역사적인 '울산 ARC' 기공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제 누가 그러던데 '혹시 우는 것 아니냐'고. 울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울산 ARC' 기공식 기자간담회)

    '울산 ARC'가 첫 삽을 뜨기까지의 고군분투 여정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던 걸까. 나경수 사장이 재활용 복합단지 울산 ARC 기공식을 하루 앞두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나 사장은 글로벌 최초의 재활용 복합단지의 포문을 열기 위해 4년간 세계 각지를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북미, 유럽 등 현지의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을 들여다보고 SK지오센트릭과 미래를 함께할 파트너사를 찾기 위해서였다. 오랜 시간 주요 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대어 탄생시킨 울산 ARC는 이제 SK지오센트릭의 미래로 떠올랐다.

    나 사장은 지난 14일 열린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기자간담회에서 "수년간 기존 범용 화학 시장은 중국 공장 증설 등으로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화학 산업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 졌다"며 "이에 매해 2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며 꾸준한 수익성을 냈던 50년 석유화학의 역사인 NCC 공정 가동중단을 결정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SK지오센트릭의 새로운 미래는 '화학 산업'을 다시 재해석하는 것이었다"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플라스틱 원료를 반세기 만들어 온 기업의 책무가 울산 ARC의 출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플라스틱 재활용을 포함한 순환경제 사업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해외 기업의 경우 환경 규제로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넣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 2050년 시장 규모는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SK지오센트릭은 남들보다 한발 먼저 뛰었다. 

    나 사장은 "한국을 기반으로 선도적으로 이 사업을 진행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하려고 몇 년 전부터 전 세계를 찾아 다녔다"며 "각지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은 많이 하고 있었지만 보통은 단순히 자르고 녹이는 기계적 재활용으로 재활용 횟수에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SK지오센트릭은 고민 끝에 아직까지는 잘 재활용되지 않는 폐플라스틱에 주목했다. 폐플라스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재활용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업에도 힘썼다. 현재 SK지오센트릭은 캐나다·미국·영국의 각 소재기업인 루프인더스트리,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플라스틱에너지와 협업해 우수한 화학적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그는 "루프는 PET 해중합,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는 고순도 PP 추출, 플라스틱에너지는 열분해 기술로 SK와 몇 년간 협업을 이어왔다"며 "단순히 기술 확보에서 끝나지 않고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별 주요 재활용 기술 3가지를 한 곳에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시너지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직 시장 초기 단계지만 다양한 고객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사장은 "현재 퀄리티가 높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공급받기 원하는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며 "울산 ARC 사업 추진과 동시에 이미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등에서 다른 재활용 공장을 짓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명 변경도 진행했다. 과거 SK종합화학에서 지구를 뜻하는 '지오'(GEO)와 '중심'(CENTRIC)의 의미를 합쳐 '지오센트릭'으로 정했다. 화학기업이 지구 중심의 사업을 펼치겠다는 철학을 담은 것이다. 

    나 사장은 "플라스틱을 쓰면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시 원료로 만들어 더 나아가 고기능·고부가가치 플라스틱을 만들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릍 통해 더 적은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SK지오센트릭의 혁신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르네상스는 '재생'이라는 프랑스어로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며 "우리는 대한민국 화학 시대의 부흥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싶다"며 "인류에게 편리함과 환경 위험의 양면을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쓰임을 다시 해석하고, 쓰레기로 버려지고 태워지던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화학시대의 르네상스를 그려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