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기업 절반 "안전보건 담당자 없어""전문인력 채용 어렵고 의무사항 과다"경총 "법 적용유예 불가피… 정부지원 선행돼야"
  • ▲ 지난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연합뉴스
    ▲ 지난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연합뉴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대부분 사업장이 법 대응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여당은 현재 한시적으로 법 적용 유예를 논의하고 있는데 단순한 준비 기한 늘리기 보다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실태를 조사할 결과 응답 기업의 94%가 현재도 법 적용을 준비 중이며 이 중 87%는 남은 기간 내에 의무 준수 완료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2곳 중 1곳은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담당자가 있다고 한 기업 중 57%는 '사업주 또는 현장소장'이 안전 업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기업은 안전관리자 등을 선임할 의무가 없는데다 인건비 부담으로 전문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업주가 직접 안전 업무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경총은 지적했다.

    법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는 전문인력이 없어서가 41%, 의무 내용이 너무 많아서가 23%로 나타났다. 경총은 전문인력 도움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준비가 가장 어려운 항목으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29%)',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위험성평가) 마련(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기업도 애로를 겪었던 수많은 매뉴얼과 절차서 작성 의무를 소규모 기업도 동일하게 적용하며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특히 정부의 컨설팅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82%는 '없다'고 답했다.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 사항으로는 '현장 특성에 적합한 매뉴얼·가이드 보급(33%)', '전문 인력 지원(32%)'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서류 준비 등의 형식적 컨설팅보다 매뉴얼 보급, 전문 인력 지원 같은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소규모 기업의 준비 실태를 고려했을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추가 유예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영세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 방안 등 종합 대책 마련과 함께 의무내용과 처벌수준을 합리화하는 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비 준비 상태 및 남은 기간 내 이행 준비 가능 여부ⓒ한국경영자총협회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비 준비 상태 및 남은 기간 내 이행 준비 가능 여부ⓒ한국경영자총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