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 극복· 미래 먹거리 확보 ‘초점’승진 줄이고 희망퇴직 단행 등 비용절감미래 변화 대비 위해 신사업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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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는 본격 긴축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저성장 국면에서도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사업 발굴과 육성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은 복합 위기 극복과 미래 먹거리 확보에 초점을 맞춰 내년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연말이지만 재충전보다는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분위기다. 내년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설문을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2%는 우리 경제가 ‘장기간 1∼2%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다툼, 고물가와 같은 전 세계적 경제·정치 리스크와 함께 저성장, 고물가 등 변수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비용절감에 나선 상태다. 실제 주요 기업 중 상당수가 올해 임원 승진 규모를 예년보다 줄였다. 또한 희망퇴직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출장비를 줄이는 등 비용 감축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롯데컬처웍스 등 계열사가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회사는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달 충북 진천공장과 음성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1800명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지난 17일 음성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태양광 수요 부진에 따른 영향이다. 또한 한화오션은 최근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추진 TF’를 신설했다. 지속가능한 원가 구조 구축을 위한 조치이다. 해당 TF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3억원의 포상금을 걸고 원가절감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효성은 내년 예산과 관련해 접대성 경비 등 제조·생산 부문과 거리가 있는 예산 지출을 줄이라는 지침을 각 계열사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출장도 가능한 한 여러 건을 묶어 진행하고, 출장지 인근 지역에 다른 사업 파트너가 있을 경우 추가로 접촉하고 돌아오는 식으로 교통비 등 경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재계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다방면으로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저성장 장기화와 경영 위기 속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내 투자계획(응답기업 131개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45%)의 61%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고, 올해보다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도 28.8%로 집계됐다. 지난해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이 13.5%였던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투자를 미루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지만, 지난해보다는 많은 기업이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시장 변화 대비를 위해 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례로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지주 내 글로벌과 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을 새로 만들었다.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미래성장실 실장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그룹 오너가 3세인 신유열 전무가 맡는다. 특히 신 전무는 롯데그룹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오너 일가를 미래 신사업 핵심에 전면에 배치해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다수 대기업이 대외 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임원 승진자를 줄이고 필수 경상투자 외의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라면서 “내년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확대되는 기점이 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긴축 경영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