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절반이 월가서 해고"…팬데믹으로 늘어난 만큼 없어져불황에 수수료 감소-M&A 등 후폭풍…"내년에도 감원 계속"
  • ▲ 월스트리트. 150706 ⓒ뉴시스
    ▲ 월스트리트. 150706 ⓒ뉴시스
    글로벌 은행들이 올해 일자리를 6만2000개 가까이 줄였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주요 은행 20곳의 공시와 자체 보고서를 토대로 이들 은행의 올해 해고 인원이 최소 6만1905명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보다 작은 은행이나 소규모 인원 감축은 분석에 넣지 않았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은행 부문의 전체 일자리 감소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감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다고 FT는 전했다. 분석 대상 20개 은행은 2007~2008년 14만명 이상을 해고했다.

    은행별로는 스위스 UBS가 올해 가장 많은 인원을 감축했다. 3월 경쟁사인 크레디트 스위스(CS)를 인수한 UBS는 지난달까지 두 은행을 합쳐 모두 1만3000명을 감원했다. 현재 남은 인원은 11만6000명이다.

    UBS 측은 2024년이 인수의 '중추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분석가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수천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을 감축한 은행은 미국 웰스파고로, 1만2000명을 해고해 직원 수를 23만명으로 줄였다. 웰스파고는 3분기에만 7000명을 감원하고 퇴직금으로 1억86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 은행의 찰리 샤프 최고경영자(CEO)는 퇴직금 지급용으로 10억달러를 마련해놓았다고 최근 밝혀 향후 추가 정리해고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다른 대형 월가 은행들 역시 팬데믹 기간 멈췄던 '중복 프로그램 강제 감축'을 재개했다. 씨티그룹은 5000명을, 모건스탠리는 4800명을 감원했다. 이밖에 뱅크오브아메리카(4000명), 골드만삭스(3200명), JP모건체이스(1000명)도 직원을 대폭 줄였다.

    이번 분석 대상 은행의 전체 정리해고 인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3만명이 월가 은행들에서 나왔다.

    FT는 과거 2015년이나 2019년의 은행권 감원 바람이 역사적 저금리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올해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은행(IB) 부문의 위축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거래와 상장 부진으로 수수료 수익이 2년 연속 급감하면서 월가 은행들이 대규모 감원을 통해 이익률을 지키려 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IB들의 일자리 전망은 내년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올해의 연속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은행들의 보수적 경영도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금융권 헤드헌팅 업체 실버마인파트너스의 리 태거 대표는 "대부분 은행에서 안정성이나 투자, 성장이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 많은 감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