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경제 희망을 다시 쏜다]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강화에 SAF 분주이차전지·태양광 등 미래먹거리 안정화 속도
  • ▲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에쓰오일
    ▲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에쓰오일
    정유·석유화학사들은 올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공급과잉 영향이 더해지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주요 경영진들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스페셜티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아직 시장 초기였던 만큼 수익성을 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내년에도 불황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사업 확장으로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유업계, 글로벌 추세에 '지속가능항공유' 개발 속도 

    우선 정유업계는 탈탄소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에 대한 글로벌 니즈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SAF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와 동식물성 기름, 사탕수수 등 바이오 대체 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경우 오는 2025년부터 수송용 바이오연료 의무 사용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중이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SAF에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2027년까지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약 260억원을 투자했다. 10월에는 바이오유·항공유 원료인 폐식용유를 공급하는 대경오앤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대한항공과 함께 바이오항공유 시범 운항에 들어갔다. 인천발 로스엔젤레스행 화물기에 SAF를 2% 혼합한 항공유로 6차례 운항한다. 사용된 SAF는 핀란드 바이오연료 생산업체 네스테로부터 공급받았다. 

    에쓰오일은 현재 동∙식물성 유지 등 바이오 기반 원료를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규제 특례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에쓰오일은 향후 2년의 실증사업 기간 동∙식물성 유지 등 폐기물 기반 바이오 원료를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오일뱅크도 '화이트 바이오 로드맵'을 세우고 단계별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1단계로 올해 대산 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 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 내년까지 대산 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 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기름(HVO) 생산 설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에서는 2026년까지 글리세린 등 화이트 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컬 사업을 추진한다.

    ◇석유화학, 이차전지·태양광 등 스페셜티 사업 안착 과제

    유가 상승 흐름에는 호실적을 동반하는 정유사들과 달리 석화 시장은 더 녹록잖은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탓이다.

    석화 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는 이차전지 등 스페셜티 사업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LG화학은 이차전지 소재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 등에 필요한 주요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다. 올해 6월에는 청주 양극재 공장에서 차세대 배터리용 하이니켈 단입자 양극재 양산에 돌입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테네시주에 미국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롯데케미칼도 이차전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동박업체인 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를 인수한 롯데케미칼은 동박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거점을 늘려 글로벌 경쟁력도 업그레이드 시킬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는 2025년까지 스페인 공장을 완공해 동박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며 최근에는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스페인 카탈루냐 주지사와 '원 스톱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을 논의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여수 제2에너지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CO2)포집 및 활용 플랜트를 착공해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소나노튜브(CNT)사업도 금호석유화학의 미래먹거리 중 하나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합성수지의 복합소재용으로 판매되던 CNT를 지난 2020년 이차전지용으로 상업화하는 것을 성공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위축된 사업인 만큼 북미 시장을 주 무대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3조 2000억원을 투자해 '솔라 허브'를 구축 중이며 내년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석화업계는 호황기를 겪었던 과거와 달리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내년에도 이어질 업황 부진으로 투자 자체가 재무적인 부담인 건 사실이나 중장기적 수익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로드맵 구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