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지난해 금리 인상 등에 올해로 미뤄질 것”고유가·정기선 부회장 합류에 IPO 기대감 ‘껑충’회사측 “현재 IPO 계획 없어… 태스크포스도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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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순항하면서 HD현대오일뱅크의 증시 입성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회사는 당분간 IPO 대신 친환경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25일 HD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IPO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연내 증시 입성 계획이 없는 만큼 IPO를 위해 꾸렸던 태스크포스(TF)도 해체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IPO 계획이 없다”면서 “올 들어 HD현대마린솔루션 영향인지 계속 IPO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시장에서는 연내 HD현대오일뱅크가 IPO 재추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금리 인상 사이클과 연중 지수 부진으로 미뤄진 IPO 계획 상당수가 연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또한 연초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HD현대오일뱅크 부회장으로 합류하면서 IPO를 적극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1분기 고유가가 이어지며 정유사들이 호실적들 달성할 것이란 전망과 같은 그룹 계열사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가 흥행을 달리고 있단 점도 IPO 재개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회사가 IPO 계획에서 선을 그으면서 당분간 증시 입성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앞서 2012년, 2019년, 2021년 세 차례나 IPO에 도전했지만 증시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IPO를 중단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2012년 4월 한국거래소에 첫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지만 유럽발 재정 위기로 증시 환경이 나빠지자 2개월 뒤 상장을 철회했다. 2018년 재차 상장에 나섰으나 회계감리(금융감독원이 기업의 회계 기준이 적합한지 여부를 검토) 이슈가 발생하며 고배를 마셨다. 결국 HD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와 상장을 전제로 프리IPO를 진행해 약 2조원을 마련해야했다. 

    이후 4년 만인 2022년 HD현대오일뱅크는 다시 IPO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증시 침체로 기대한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세 번째 도전도 철회했다. 당시 HD현대오일뱅크 는 “우수한 실적에도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 시장 상황에서 더는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 추진을 철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도 당분간 HD현대오일뱅크가 IPO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크다는 점에서다. 

    지난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 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국내 경기회복은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장기화 환율,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증시의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IPO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세 번의 실패를 겪은 만큼 IPO에 더욱 신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HD현대오일뱅크는 당분간 ‘비전2030’을 통해 친환경 사업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전2030은 회사가 지난 2022년 IPO 추진 시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2030년까지 정유사업 비중을 40%대로 줄이고 친환경 사업 비중을 70%로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유업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신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2022년 세 번째 IPO 추진 당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10조원대로 추정한 바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친환경 사업은 블루수소·화이트바이오·친환경 화학 및 소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블루수소 사업에서는 2025년 10만톤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또한 수소충전소와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한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에서는 2030년 100만톤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에서는 전해질막 소재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의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수전해 분야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탄소 연료 내지는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 등까지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모회사인 그룹 지주사 HD현대의 경영전략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신사업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현대오일뱅크의 IPO 재도전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