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ELS 손실 속속…원금 대비 손실률 -50% 수준상반기 만기 상환 물량 10조원…증권사 판매 규모 3.4조원3월 만기 고려 시 대부분 원금 손실…대규모 손실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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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 사태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은행권은 물론 증권사에서도 50%대 가량의 손실이 속속들이 확정되고 있어 투자자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은행업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에서 판매된 H지수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발생한 원금 손실액은 10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2105억원)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손실률은 50.7%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 이상을 손해 본 셈이다.

    ELS는 개별 주식·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지만,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나는 금융 상품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상품은 H지수가 고점이었던 지난 2021년 초 이후 발행된 3년 만기 ELS다. 홍콩H지수는 해당 상품이 판매됐을 당시인 2021년 2월 1만2000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400선에서 횡보해 약 3년 만에 50% 이상 급락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의 손실도 줄줄이 확정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지난 11일 2021년 1월 15일 발행된 H지수 ELS 3개 상품에서 52.11%의 손실률이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지난 8일 손실을 확정했던 48.6%보다 손실액이 약 3.51%포인트 늘었다.

    같은 날 메리츠증권이 발행하고 KB국민은행이 판매한 2279호 ELS는 51.28%의 손실을 내고 만기를 맞았다. 삼성증권도 만기인 H지수 ELS에 대해 49.98%의 손실을 확정했다.

    이밖에 신한투자증권도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20202회차 ELS의 최종 수익률이 -52.11%로 확정됐다고 공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현재 문제가 되는 홍콩 ELS 판매 규모는 은행이 15조9000억원, 증권사가 3조4000억원으로 증권사가 월등히 적다. 

    그러나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의 만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안타증권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은행·증권사 등의 H지수 ELS 판매분 중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917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후 2월 1조6586억원, 3월 1조8170억원, 4월 2조5553억원 등 만기 도래 물량은 날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상반기에 발행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만기 상환 시작됐다"라며 "올해 상반기 중 만기 상환 예정 금액은 총 10조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현재 홍콩H지수는  2021년 1월 평균가인 1만1229의 50%정도 되는 상황으로, 대부분 원금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관련 ELS는 당분간 발행에 있어서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늦어도 3월까지 ELS에 관한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서 은행‧증권사에 소비자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 ELS의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불완전판매 이슈에선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ELS는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모펀드 같은 상품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원금 손실을 겪은 투자자들이 각종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출 순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