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원 제안 '트래블로그', 그룹 '브랜드'로 격상'용띠'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영업실적 반등 견인'원더카드'로 흥행 이어 '또 다른 10년' 성장 기반 구축
  • ▲ 하나카드. 사진=권창회 기자
    ▲ 하나카드. 사진=권창회 기자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대표이사를 거쳐 그룹 회장의 지원 사격으로 대박난 상품이 있다. 대표이사의 선구안이 빛났고 그룹 회장의 뚝심 있는 전략이 적중했다. 하나카드의 대표 카드로 자리매김한 '트래블로그'가 그 주인공이다.

    '용띠'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트래블로그' 흥행을 통해 하나카드를 성장 가도로 이끌고 있다. 임기 첫해부터 실적 반등을 이뤄낸 데다 올 들어서는 취임 첫 상품인 '원더카드'의 추가 흥행까지 기대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카드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2그룹 13본부 34부서'를 '3그룹 14본부 35부서'로 확대 개편했다.

    주목할 점은 기존 디지털전략본부 내 하나머니사업부를 아예 트래블로그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개별 카드 상품명이 부서명이 되는 경우는 업계에서 아주 이례적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까지 나서면서 트래블로그 흥행을 극찬한 만큼 트래블로그에 전사적인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나카드 측은 "5년 내 1등 카드사 조기 달성을 위한 손님, 협업, 미래 중심의 조직 체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직원 아이디어로 시작된 '찻잔 속 태풍', 하나금융 '대문'으로 격상
    트래블로그는 하나카드의 한 직원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지만 그룹 시너지 강화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 2022년 6월 하나은행과 제휴해 해외여행 특화 카드·플랫폼 트래블로그를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과거 국내 외환거래 대부분을 책임질 정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던 외환은행의 DNA를 갖고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 상품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트래블로그는 하나카드의 위치를 단숨에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누적 가입자 수 50만명을 넘어섰으며 6월에는 론칭 11개월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8월에는 200만명을 달성했으며 11월에는 출시 500일 만에 300만명을 확보했다. 가입자 수가 늘면서 지난해 말에는 누적 환전액 1조원도 뚫었다.

    트래블로그 선전에 힘입어 하나카드는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1위도 유지 중이다. 지난해 1월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10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트래블로그 출시 전인 2022년 6월 20%대였던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11월 말 35.9%까지 올랐다. 전업 카드사 8곳 중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이 30%를 웃도는 곳은 하나카드가 유일하다.

    이 같은 흥행으로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하나머니 시스템에 고객들이 처음 들어오는 입구를 트래블로그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이호성 대표는 트래블로그와 관련해 "올해 가입자 700만명을 생각하고 있다"며 "하나카드의 해외 노하우를 집대성한 카드인 만큼 그룹 지원과 협업을 통해 트래블로그를 하나카드의 대표 카드로 육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함영주 회장 역시 트래블로그가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기록할 때마다 하나카드를 방문해 이 대표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하나카드는 과거 하나금융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지난해 성장을 발판 삼아 주요 자회사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트래블로그의 성과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가입자 수 300만명을 넘어선 트래블로그 서비스는 수수료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손님의 편의와 혜택을 극대화해 모두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올 한해도 엄격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하에 내실과 협업을 기반으로 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고 신영토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트래블로그를 내세워 카드업계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트래블로그 카드를 연계한 '트래블로그 여행 적금'을 출시했으며 하나손해보험(옛 더케이손해보험)은 트래블로그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나 해외여행보험 트래블로그 플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석 하나카드 디지털금융그룹 그룹장(전무)은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향후 해외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현지 맛집이나 쇼핑, 액티비티 등 초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해외여행 1등 카드사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하나카드
    ▲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흥행으로 실적도 반등
    하나카드는 이 대표의 트래블로그 흥행에 힘입어 그룹 내 지위 격상뿐만 아니라 호실적도 기록했다.

    현재 하나카드는 업계에서 우리카드, 롯데카드 등과 치열한 하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545억원, 250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세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2022년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2022년 하나카드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1919억원으로, 전년 2504억원에 비해 23.4% 줄어들었다. 반면 롯데카드(2780억원)와 우리카드(2047억원)는 각각 전년 대비 23.1%, 2.01%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 대표는 하나은행 영남영업그룹장 전무, 영업그룹장 부행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영업전문가'다. 영업력을 높여 하나카드의 실적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함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인사였다.

    이 대표는 취임 초반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 악재를 하나카드도 비켜 가지 못했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은 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545억원에 비해 62.9% 급락했다. 같은 시기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각각 551억원, 4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하나카드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2분기 들어 곧장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1186억원에 비해 38.8% 줄어들었지만 2분기 순이익은 1분기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났다.

    3분기에는 이보다 늘어난 547억원의 분기 순이익을 거두면서 반등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469억원에 비해 16.8%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73억원으로, 우리카드 1180억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4분기 실적이 남아있지만 2년 만에 최하위 탈출 가능성이 커졌다.

    ◇원더카드 성장…트래블로그 돌풍 잇나
    나아가 트래블로그에 이은 '원더카드' 역시 성장세를 보이면서 연타석 '히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원더카드는 이 대표가 취임 이후 승부수로 던진 첫 작품이다.

    지난해 1월 출시된 원더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1장의 카드에 모든 혜택을 담아 고객별 소비생활에 최적화된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시 당시 '모든 혜택이 담긴 경이로운 카드'와 '나를 만족시켜 줄 단 한 장의 카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면서 새로운 하나카드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원더카드는 출시 88일 만에 발급 10만매를 돌파했다. 인기가 이어지자 7월에는 기존 5종(FREE, HAPPY, DAILY, LIVING, T) 외에 'HAPPY+'와 'FREE+' 등 2종을 추가 출시하기도 했다. 흥행이 지속하면서 이달 들어 출시 1년 만에 발급 50만매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매년 수많은 카드 상품들이 출시되는 현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이 50만매가 돌파하는 사례는 극소수"라며 "알뜰 소비가 두드러짐에 따라 최근 론칭한 '원더마켓' 중심의 맞춤 혜택 마케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나카드는 지난해 12월 원더카드와 연계된 초개인화 서비스 관리 플랫폼 원더마켓을 출시했다. 고객이 직접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원더카드의 특징에 혜택 추천 서비스가 더해진 만큼 원더카드의 장점이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