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자동차 적자 심화…보험사들 '포트폴리오 갈아타기'변액보험·퇴직연금으로 이동…고수익 구조 재편증시·금리 흔들리자 자본 부담 확대…건전성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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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저수익 상품 비중을 줄이고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지만,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자본 건전성 부담이 커지는 역설에 직면했다.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 30곳의 순이익은 12조 21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급감했다. 생명보험사들의 순이익 역시 4조 9680억원으로 같은 기간 11.8% 줄어들며 동반 부진에 빠졌다.이러한 실적 하락의 배경에는 나날이 치솟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5%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3.7%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관련 총 손익은 5891억원에서 951억원으로 쪼그라들며 전체 실적을 갉아먹는 주범이 됐다. 자동차보험의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자 보험사들은 판매 비중 축소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역시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지 오래다. 지난 2024년 기준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대를 돌파하며 업계의 재무적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미 13개 보험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2021년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굳어지자 판매사들도 해당 상품군의 비중 축소를 단행하며 살길을 모색했다.자동차보험에 더해 실손의료보험마저 덜어낸 보험사들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새로 했다. 손해보험사들은 보험계약마진 확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장기 보장성 보험에 전사적인 영업 역량을 집중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수수료 기반의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 특별계정 규모를 공격적으로 불려 나갔다. 영업 손실을 막고 새 회계기준(IFR17)에 따른 미래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체질 개선의 결과는 각 사 사업보고서에서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경우 전체 판매 실적인 16조 6942억원 가운데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4.79%에 불과하다. 반면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험은 전체의 60.5%에 달하며 퇴직연금 역시 28%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적자의 늪인 실손보험 판매 중단과 자동차보험 비중 축소를 통해 철저한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이다.이처럼 주요 손보사들은 장기적 이익 규모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마진 보장성 상품 영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장기 상품은 부채의 듀레이션이 매우 길어 대내외 금리 변동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명암이 있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자산보다 부채의 가치가 더 크게 늘어나 회사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 미래 이익 기반을 다지려던 전략은 거시 경제 지표 앞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피하기 힘들다.생보사들은 증시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상품을 중심으로 자산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펀드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이 영업의 핵심 타깃이 됐다. 이러한 새로운 동력원들은 증시 호황기에는 수수료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효자 역할을 한다.하지만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회사의 건전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고객에게 사전에 약속했던 해약환급금을 쌓아야 하는 데다 자산 운용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미래에셋생명보험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을 포함하는 특별계정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67.18%를 차지한다. 반면 생보업계의 전통적인 영역인 연금보험 등 일반 생존보험의 비중은 1.69% 수준에 머무르며 외부 변동성에 대한 노출도를 키운 모습이다.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환율과 증시가 가파르게 출렁이면서 보험업계가 재편한 포트폴리오에 경고등이 켜졌다. 새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 비율을 방어해야 한다는 압박이 업계 전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분위기다. 고수익을 겨냥한 체질 개선이 오히려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하는 자충수로 돌아온 셈이다. 금융당국 역시 요동치는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를 예의주시하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다.금융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리 환경 속에서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정교하게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금리 변동에 따라 이익을 보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