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식당 지도 사이트 … 2주만에 57만명 이용자 모아서울 중간소득 가구, 번 돈 40% 이상 빚 갚는데 써야소비 위축에 삶의 질 하락 … '거지' 표현에 담긴 생활 압박 전쟁으로 금리인하 기대 실종 … 짠테크 장기 생존방식으로
  • ▲ ⓒ거지맵 사이트 화면 캡쳐.
    ▲ ⓒ거지맵 사이트 화면 캡쳐.
    극단적인 지출 통제를 인증하던 '거지방(카카오톡 채팅방)' 열풍에 이어,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1만 원 이하의 가성비 식당만 모아놓은 '거지맵'이 새로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고물가의 영향도 크지만, 그 이면에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원리금이 직장인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면서 필수 식비마저 통제해야 하는 구조적인 소비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시작된 '거지방' 문화가 최근 온라인 지도 서비스 '거지맵'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거지방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소비 내역을 공유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이를 평가하며 지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몇 년 전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 극단적 절약 문화로 자리 잡았다.

    거지맵은 이러한 흐름이 플랫폼 형태로 진화한 사례다. 이용자들이 직접 저렴한 식당 정보를 제보하면 지도에 표시되는 구조로, 식당 상호와 메뉴, 가격은 물론 '혼밥 가능 여부' 등 세부 정보까지 공유된다. 

    지난달 20일 서비스를 시작한 거지맵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2주 만에 약 57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직장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4000~7000원대 식당 정보가 공유되면서, 고물가 속 '한 끼 생존 전략'을 찾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직장인들의 극단적 소비 통제의 근본 원인으로는 임계점에 달한 주거비 부담이 꼽힌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60.9로 전 분기(59.6)보다 1.3포인트(p) 상승했다. 분기마다 산출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영끌족'이 몰린 서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65.1로 전 분기(155.2)보다 무려 9.9p가 뛰며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 100을 소득의 약 25%를 원리금 상환에 쓰는 적정 수준으로 볼 때, 서울은 그 1.65배에 해당하는 부담 구조다. 이에 따라 중간 소득 가구는 소득의 약 42% 안팎을 상환에 써야 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월급의 절반을 은행에 바치다 보니, 자산 가치 상승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부의 효과' 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집값이 올라도 당장의 이자 상환 부담에 묶인 차주들이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자산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식·여가 등 생활비 지출까지 줄어들며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지'라는 자조적 표현이 확산되는 배경도 직장인들의 위축된 소비 여건과 생활 압박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 역시 "과도한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을 저해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부채 부담이 임계 수준을 넘은 고위험가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보다 빚이 많은 고위험가구는 지난해 기준 약 46만 가구로 1년 새 19%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20~30대 비중은 34.9%로 2020년(22.6%)보다 12.3%p 확대되며 청년층의 부채 취약성이 빠르게 심화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소비 위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전쟁 여파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데 이어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소비를 넘어 일상의 선택과 삶의 질까지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경제학계 전문가는 "고물가에 주거비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직장인들의 지출 통제는 단기적 유행을 넘어 민간 소비의 한계를 보여주는 징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