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사 재고자산 용지규모 3조원대…1년새 3213억원↓자금부담에 '자체개발→단순도급' 선회…토지매입 스톱 LH, 공공택지도 입찰불발…업계 "신규사업 여력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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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처럼 번졌던 대형건설사들의 '디벨로퍼' 행보가 주춤한 분위기다.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토지(용지) 관련 투자와 부채 등을 줄이면서 재무건전성 개선에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같은 보유용지 축소가 건설업계 디벨로퍼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불안정한 시장환경에 대비해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핵심은 수익률이 높은 대신 리스크가 큰 자체개발사업을 줄이고 단순도급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다.최근 부동산PF 자금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가중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020년대이후 디벨로퍼 도약을 목표로 너도나도 땅을 사들였던 대형사들도 급변한 시장환경에 곳간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건설사 재고자산 가운데 용지현황을 보면 이같은 전략변화가 눈에 띈다.지난해 3분기 기준 도급순위 상위 10대건설사 재고자산중 용지규모는 3조54억원으로 직전년동기 3조3267억원대비 3213억원 줄었다.이는 분기보고서에 용지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포스코이앤씨와 비상장사인 호반건설 2곳을 제외한 8개건설사 통계다.이중 삼성물산을 제외한 7개건설사가 전년동기대비 용지규모가 줄었거나 같은수준을 유지했다.건설사별 용지규모는 △현대건설 3840억원(전년대비 감소율 -28.2%) △대우건설 1조328억원(-18.9%) △현대엔지니어링 775억원(변동없음) △GS건설 3542억원(-11.0%) △DL이앤씨 8054억원(-3.63%) △롯데건설 1285억원(-11.4%) 등이었다.반면 SK에코플랜트 경우 2021년 4분기이후 지금까지 보유용지규모가 따로 잡히지 않고 있다.재고자산에 포함되는 용지는 디벨로퍼사업을 위한 기반으로 인식된다. 사들인 땅을 활용해 아파트 등 건물을 올려 분양하면 그 수익은 고스란히 건설사 몫으로 돌아간다.문제는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이 소요돼 부채가 늘고 자금이 묶이면서 현금유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쉽게 풀어 자산 대부분이 아파트 등 부동산에 집중돼 현금이 돌지 않는 '하우스푸어'와 같은 원리로 보면 된다.특히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모든 손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만 맡는 도급사업보다 리스크가 훨씬 크다. 이로 인해 요즘 같은 시장침체기엔 용지매입을 최소화하고 자체사업 비중도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사들인 용지를 활용한 자체사업은 도급사업대비 수익률이 2~3배 높지만 현시점에선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며 "결과적으로 건설사들 보유용지도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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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LH가 모집공고를 낸 고양창릉지구 C-1블록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단 한곳도 없었다. 하남교산지구 주상복합용지6과 남양주왕숙2 B04블록 등도 매각이 불발됐다.업계에선 지속적인 보유용지 감소가 디벨로퍼 경쟁력과 주택사업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토지매입부터 개발·운영까지 도맡는 디벨로퍼사업은 수행경험이 핵심경쟁력인데 이상태로는 힘들다"며 "최근 해외건설시장에서도 디벨로퍼사업 '파이'가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경쟁력 약화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이어 "토지를 새로 사들이거나 신규 프로젝트를 벌이기보다는 일단 진행중인 사업을 착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부연했다.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디벨로퍼사업이 아파트 같은 주거부문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데이터센터나 해외플랜트, 에너지인프라 등 여러영역에서 디벨로퍼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김정주 대한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세제 및 금융지원 대상이 되는 부동산범위를 넓혀 미분양물량을 신속히 해소하는 것"이라며 "정부지원을 통해 지연된 사업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