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하청사 교섭 요구 1000건 돌파…건설업계 주요 타깃 24일 삼성물산·GS건설·한화 교섭단위 분리신청 심판 예정3사 국내 현장만 250곳↑…"사용자성 인정시 파급력 클 듯"
  • ▲ 집회 중인 건설노조. ⓒ뉴데일리DB
    ▲ 집회 중인 건설노조. ⓒ뉴데일리DB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 후 원청 건설사를 향한 교섭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건설노조가 법 시행 직후 97개 건설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가운데, 일선 건설사들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지방노동위 판정이 잇따르면서 업계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분수령은 내일 서울지방노동위가 될 전망이다. 이날 노동위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한화 건설부문 등 대형 건설사들의 사용자성을 모두 인정할 경우 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후 한 달가량 지난 현재 노조와 하청업체들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는 1000건을 돌파했다.

    주요 교섭 대상은 건설사들이다. 일선 건설사들은 원청과 하청업체들이 다단계로 얽히고 섥힌 업종 특성상 교섭 요구에 동시다발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건설현장은 원청 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하면 공종별로 전문건설사에게 하도급을 주고, 해당 전문건설사는 다시 세부공종별 하청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는 구조를 띤다. 이로 인해 대형 건설현장은 얽혀있는 하청업체만 수백개에 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건설사를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는 노동위 판정이 하나둘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9일엔 경북지방노동위가 포스코이앤씨의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지난 21일엔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조가 극동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이 인용 판정을 받았다.

    이제 건설업계에 시선은 서울지방노동위로 쏠려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제기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한화 건설부문의 교섭단위 분리신청 심판이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어서다.

    건설노조 측은 건설 관련 하청노조 교섭단위를 다른 사업 부문과 분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패션이나 플랜트, 방산 등 대상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다른 사업 부문과 건설 부문을 분리해 교섭 대상으로 지정해달라는 것이다.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이 인용되면 해당 건설사의 사용자성도 함께 인정된다. 또한 분리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원청의 사용자성은 인정될 수도 있다.
  • ▲ 재건축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재건축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이들 건설사들은 다수의 건설현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성 인정시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우려다.

    예컨대 각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한화 건설부문의 건설현장(착공 전 포함)은 250곳을 훌쩍 넘는다. 사업보고서에 잡히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까지 합하면 건설현장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들 건설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다수 현장에서 노조와 하청업체들의 교섭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섭 요구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결과에 따라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공정 중단과 공기 지연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우려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본사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수십 개 현장에서 여러 건의 교섭 요청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업무 과중과 현장 마비, 공사 지연 등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노조와 하청업체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또다른 교섭 요청이 빗발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파업과 공사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러기도 저러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론적으로 보면 원청 건설사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은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 복수 노조로 인한 협상 불확실성 증가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현장엔 다수 하도급업체가 존재하긴 하지만 하청 근로자 경우 담당 공정이 종료되면 현장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하도급보다는 노조에 대한 우려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각에서 우려되는 극한 상황까지는 대두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 시행령에 따르면 교섭창구는 단일화한느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원청 입장에서 실무적 부담이 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