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순익, 그룹 비은행 계열사 중 '최고'車 금융 강화-부동산 PF 대신 中企 대출로 선회 효과거시경제 악화에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대손비용 부담까지
  • ▲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뉴데일리경제 DB
    ▲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뉴데일리경제 DB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한 해 더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성장세에서 자동차금융 비중을 늘리면서 하나금융그룹 내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캐피탈업계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연장된 임기의 과제는 건전성 제고다. 거시환경 불확실성으로 건전성 부담이 가중된 만큼 낮아진 건전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캐피탈은 최근 수년간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곳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부동산시장 호황에 맞춰 기업 관련 영업을 급격히 늘렸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등 고수익성 상품에 힘입어 순익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업황 전반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차·렌터카를 중심으로 자동차금융 영업을 다시 강화했고, 부동산 PF 대출의 빈자리를 중소기업 대출로 메웠다. 박승오 대표의 발 빠른 대응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하나캐피탈은 현재 하나은행에 이어 하나금융 내 2위 계열사에 올랐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하나증권과 순이익에서 큰 차이를 보였지만 2022년 역전에 성공했다. 2022년 하나캐피탈의 순이익은 2983억원으로, 전년 2720억원에 비해 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의 순이익은 5066억원에서 1260억원으로 75.1% 줄어들었다.

    하나캐피탈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 역시 1910억원으로 하나증권(-43억원), 하나카드(1274억원) 등 타계열사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나캐피탈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속성장했다. 2019년 말 8조2095억원이었던 총자산은 2020년 말 11조원으로 35.4% 증가했다. 이듬해 13조원으로 24.7% 늘어났으며 2022년에는 16조원으로 19.8% 다시 증가했다.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셈(+102%)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채권 15조원 가운데 기업금융(6조9925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5.4%로, 자동차금융 37.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2021년 말 자동차금융 비중이 46.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곽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자동차금융 시장 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한 가운데 기업 일반대출 등의 기업 여신·가계신용대출 취급을 확대하면서 운용자산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 같은 부분에 더해 타 금융그룹과의 경쟁 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3월 취임한 박 대표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였는데, 이번 연임으로 1년 더 대표직을 수행하게 됐다.

    하나캐피탈의 경우 순이익이 3분기 기준 전년 2530억원 대비 24.5% 감소했지만, 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신한캐피탈(2929억원) 다음으로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KB캐피탈과 우리금융캐피탈은 각각 1589억원, 10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연장된 임기의 과제는 명확하다. 저하된 자산건전성 회복이다. 절대적인 수준은 여전히 우수하지만,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관련 대출과 기업 일반여신을 중심으로 부실여신이 증가하고 있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3분기 기준 1개월이상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0%로, 2022년 말(0.5%, 0.7%)보다 상승폭이 크지 않았으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말 3.7%에서 2023년 3분기 7.8%로 상승폭이 컸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저하로 관련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브릿지론의 경우 미분양주택 수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 금리 상승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본PF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여타 부동산금융자산 대비 위험 수준이 높은 편이다.

    본PF 관련 여신 역시 브릿지론보다는 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공사비 증가로 인한 시공사와의 분쟁이나 시공사 부도 가능성 확대, 분양시장 침체,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졌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3분기 기준 요주의이하로 분류된 PF 관련 대출 규모는 모두 3365억원으로, 전년 말 1961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전체 PF 관련 대출의 28%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고정이하여신은 모두 브릿지론이며 현재 공매 등을 통한 회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금융 이외 자산의 건전성 저하 압력도 커졌다. 금융감독원 감사 지적에 따른 여신 재분류로, 2022년 기업 일반대출의 요주의 여신이 크게 증가했으며 2023년 들어서도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다. 3분기 기준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12.7%,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사업성이 저하된 부동산금융과 기업대출 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의 시장금리가 유지될 경우 조달비용 증가 및 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 증가로 자산건전성지표 및 이익창출능력에 하방압력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하나캐피탈 측은 "부동산 PF 시장 침체에 맞춰 2022년부터 기업금융 전략을 수정했다"며 "부동산 PF 대출은 이미 예정됐던 사업들을 제외하고는 신규 취급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개발업이 아닌 이미 건물을 갖고 있고 임차인이 들어와 있는 임대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했다"며 "안정성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