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턴 변화 … 외국인 쇼핑의 중심으로 K로드숍 주목'쇼핑 성지' 면세점서 지갑 덜 열고 백화점 선호도 하락고급서 저가·실속형 인기에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인기
  • ▲ 대표 관광 상권 명동 ⓒ서성진 기자
    ▲ 대표 관광 상권 명동 ⓒ서성진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 중심의 면세점과 백화점이 외국인 쇼핑의 주요한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와 같은 로드숍(길거리 직영점)들이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한류 콘텐츠의 영향이 결합되면서 쇼핑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뉴데일리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쇼핑 트렌드를 조명했다. [편집자주]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고가의 명품과 화장품을 주로 구매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로드숍을 찾고 있다.

    28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4 외래관광객조사 1분기 잠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국내 쇼핑 장소로 로드숍이 48.4%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백화점(35.9%), 대형 쇼핑몰(35.6%), 시내 면세점(30.1%) 등이 꼽혔다. 2023년 1분기와 비교하면 로드숍은 43.6%에서 4.8%포인트(P) 상승했으며 백화점은 39.4%에서 3.5%p 하락했다.

    대표적인 쇼핑 성지였던 면세점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1637만명으로 2019년의 94%까지 회복했지만 매출은 여전히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24조8600억원이었던 면세점 총매출은 2020년 15조5000억원, 2023년 13조7600억원으로 감소 후 지난해 14조2249억원으로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2023년 12월 64만명에서 지난해 12월 75만명으로 늘었지만 이들의 평균 구매액은 감소하면서 면세점 매출 회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면세점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경제 침체와 큰손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력 감소와 해외 구매 규제 강화 등이 꼽힌다.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면세점 1인당 평균 구매액은 118만원으로 2021년 2555만원에서 95.3% 급감했다.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는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의 이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패키지 여행 일정에 포함된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커졌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선호하는 가성비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외래 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개별 여행객 1일 평균 지출 경비는 2019년 234달러에서 2023년 215달러로 감소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결제 건수 순위를 보면 면세점은 2019년 1위에서 2023년 3위로 내려갔으며 백화점은 7위로 떨어졌다. 반면 편의점은 4위로 상승했다. 이는 고급 명품을 구매하던 소비 패턴이 저가나 실속형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 ▲ CJ올리브영 ⓒ서성진 기자
    ▲ CJ올리브영 ⓒ서성진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성지로 급부상한 다이소는 이러한 변화를 뚜렷이 보여준다. 한국인들의 내수 소비에만 의존했던 다이소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크게 늘면서 필수 방문지가 됐다. 

    지난해 다이소의 해외 카드 결제 금액은 50% 증가했고 결제 건수는 42% 늘었다. 이들 매장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고 5000원 이하의 화장품과 생활용품이 부담 없이 장바구니에 담기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명동, 홍대 상권은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다이소 명동역점은 지난해 해외 카드 결제 건수와 결제 금액이 각각 60%, 74% 증가했고 명동 본점도 각각 50%, 60% 신장했다.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K뷰티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올리브영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했으며 189개국 외국인이 매장을 방문해 942만건의 결제를 기록했다. 특히 이탈리아 250%, 스페인 226%, 프랑스 184%, 멕시코 400%, 튀르키예 340% 등 다양한 국가에서 매출이 급증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에게 긍정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K뷰티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잡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K패션의 인기에 힘입어 무신사도 외국인 관광객이 필수로 찾는 쇼핑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무신사도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이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오프라인 편집숍 3곳(홍대, 대구, 성수@대림창고)과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19곳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고객의 텍스프리(Tax-free)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해 2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장시킨 한류 현상이 한국 관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단순한 K콘텐츠 소비를 넘어 한국을 직접 방문해 그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과 같은 로드숍이 접근성이 좋고 입점된 브랜드가 더 다양해 자유롭게 제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 명동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 ⓒ서성진 기자
    ▲ 명동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 ⓒ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