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 모든 제품에 25% 관세 곧 발표"삼성SDI, 헝가리 공장서 배터리 만들어 미국 수출헝가리산 배터리 미국에서 팩으로 조립해 보조금 수령SKIET, 폴란드서 생산한 분리막 미국 수출 … 관세 타격 불가피
  • ▲ 헝가리 괴드시에 위치한 삼성SDI의 배터리 제1공장ⓒ삼성 E&A
    ▲ 헝가리 괴드시에 위치한 삼성SDI의 배터리 제1공장ⓒ삼성 E&A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K-배터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에 공장을 짓고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집권 2기 첫 각료회의를 개최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솔직히 말해 EU는 미국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게 존재 이유"라면서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유럽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배터리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으론 대표적으로 삼성SDI와 SKIET가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배터리 '셀' 공장이 있고, 미국엔 배터리 '팩' 공장이 있다. 

    삼성SDI는 그간 헝가리산 배터리 셀을 미국으로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일종의 '반조립' 수출을 해왔다. 

    이렇게 하면 미국 정부로부터 kWh당 10달러의 AMPC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전기차 캐즘으로 가동률이 줄어들고 있는 헝가리 배터리 셀 공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삼성SDI는 헝가리산 배터리 셀을 미국으로 수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는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기존 P5 및 P6 배터리 셀 제품을 미주향으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25% 관세가 적용되면 삼성SDI의 헝가리산 배터리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되고, 보조금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헝가리 배터리 공장의 가동률 저하로 고정비가 증가할 수 있다. 

    삼성SDI가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수령한 AMPC 보조금 총액은 925억원 수준이다. 

    배터리의 분리막을 만드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IET도 타격이 예상된다. 
  • ▲ SKIET 폴란드 법인 1·2공장 전경 사진ⓒSKIET
    ▲ SKIET 폴란드 법인 1·2공장 전경 사진ⓒSKIET
    SKIET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7일 중국 배터리 기업 '고션(Gotion)'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IET가 폴란드에서 생산한 분리막을 고션이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일리노이 배터리 공장에 수출한다는 게 골자다. 

    양사의 MOU가 체결되는 시기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상황.

    SKIET는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2910억원을 기록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관세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SKIET의 글로벌 가동률은 20%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연간 적자가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며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소린데, 캐즘으로 수요가 없는 상태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