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국내 주식시장 조정세…고금리 기조 및 환율 급등 영향일부 종목 밸류업 시행 이전 회귀…국민연금 등 연기금 역할 중요 연기금 참여 통한 수급 효과 관심…外人 순매수 대체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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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22대 총선 이후 국내 증시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민연금으로 대표 되는 연기금의 '구원투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기금은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막대한 만큼 매수에 나서기 시작하면 국내 증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연기금이 저평가 종목들에 대한 추가 매수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2360억 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비중 조정에 나섰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6조4411억 원을 사들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서 연기금은 올해 들어 1월 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총 8000억 원을 웃도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이후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을 위주로 조금씩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은 최근 6거래일(11~18일) 동안 삼성전자(614억 원), SK하이닉스(572억 원), SK하이닉스(353억 원), 아모레퍼시픽(290억 원), LG에너지솔루션(277억 원), POSCO홀딩스(269억 원) 등을 사들였다.

    반도체·자동차 등 원화 약세 환경에서 환차익을 통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주를 중심으로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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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증권
    시장에선 향후 연기금의 증시 참여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고환율·고유가·고금리의 삼중고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증시 '큰손'인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서길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국내 주식 투자 적립금은 지난해 말 148조 원에서 1월 말 138조 원으로 약 10조 원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에 약 20조 원가량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에서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기업 가치 제고에 힘쓰는 곳에 투자금을 더욱 활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향후 밸류업 종목들에 대한 연기금발 수급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하기도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고하는 지침이다.

    실제 이석원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적극 찬성한다"라며 "향후 조금 더 구체화되면 검토해보고 방향성이 일치하면 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올해 1분기 기업 밸류업을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때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수급은 외국인이었다"라며 "밸류업 관련주에서 외국인의 수급만큼 연기금의 매수세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또한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에 미달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