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창업자는 라인 기획부터 지분구조 설계까지 관여네이버가 어떤 선택 하더라도 후폭풍 우려되는 상황직접 나서 메시지 전달, 상황 정리할 필요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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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전략은 일찌감치 글로벌에 있었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과 MS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이용자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

    일본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지였다. 라인 메신저는 2011년 출시 이후 일본 국민 10명 중 8명이 사용하는 대성공을 거뒀고, 가파르게 다음 단계인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모든 계획의 중심에는 이 GIO가 있었다. 그는 라인 메신저를 기획하고 일본 진출을 진두지휘했다. 네이버가 직접 진출하는 대신 몸을 숨기는 전략을 통해 라인을 철저히 현지화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와 국민에게 눈엣가시로 보이지 않기 위해 네이버와 한국을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인으로 채운 직원들과 이사회 구성, 소프트뱅크와 합작을 통해 라인야후가 출범하면서 라인은 실질적으로 일본기업이 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는 앞서 2016년 라인의 국적에 대한 질문에 ‘일본기업’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여전히 라인에 관여하고 있다. 라인야후 사태 발단이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한 라인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보안 인프라와 서비스, 기술과 연구개발까지 의존해 왔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보안문제를 빌미로 네이버의 관여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7월 1일로 예고했던 지분관계 개선 내용을 포함한 조치 기한은 뒤로 미뤄졌지만, 네이버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양국 정상이 만나 외교적으로 번지는 것을 막자고 언급하고, 네이버 노조와 라인 계열 직원들이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등 감당해야 할 선택의 무게는 늘어나고 있다. 지분 유지와 매각을 두고 명분과 실리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불가능해졌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폭풍이 우려된다.

    라인의 일본 진출을 총괄한 이 GIO가 나서 네이버의 선택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 순수하게 계산기를 두들겨서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태를 정리함과 동시에 철저하게 네이버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 선택이 존중받으려면 그의 생각이 공유돼야 한다.

    일선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이 GIO는 ‘은둔의 경영자’라고도 불린다. 라인의 뿌리를 철저히 숨겨 성공을 거뒀던 사업방식과 일면 닮았다. 네이버에서도 그는 국내 경영보다 글로벌 사업에 주력한다는 취지로 글로벌투자책임자라는 직책 뒤에 숨어있다.

    직책에 맞게 수행한다면 네이버의 글로벌화를 위해 라인을 키워온 이 GIO가 등장할 타이밍으로는 지금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13년 간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향후 글로벌 확장 방향성 제시를 위해 직접 나서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