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 부족…입법 개선 필요상속세 및 증여세 인하해 기업승계제도 개선해야
  • ▲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상장협
    ▲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상장협
    경제계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을 위해 정부가 입법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3개 경제단체는 26일 상장회사회관에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밸류업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방안을 담은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철 대표는 "이번 상법 개정이 장기적 기업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라며 "기업들의 신속한 경영 판단이 어려워지고 이사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온갖 소송과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한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 같은 경영권 공격 세력들에게만 유리한 수단이 될 소지가 크다"라며 "가업 승계를 앞둔 기업들이 막대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주가를 낮게 유지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사 책임제도 개선에 있어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재열 교수는 "국내의 주식 투자인구가 1400만 명이 넘고, 소유의 목적도 제각각인 만큼 이사가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회사의 이사책임 보상계약제도 도입,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의 도입을 주장했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지평 변호사는 "법 정책적으로 경영권 방어를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경영권 방어를 제한하여 소위 기업지배권 시장을 활성화할 것인지는 경제정책의 바탕을 이루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합의에 바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제도 오남용을 두려워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효율적인 수단을 외면하는 것은 선진기업지배구조 정책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라며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기업승계제도 개선방안을 놓고서는 상속세 인하 등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문성 교수는 "현재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세목은 상속세 및 증여세"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고세율, 최대주주 할증, 기업승계제도의 성격을 지닌 가업상속공제의 불합리한 요인 등으로 기업승계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라며 "근본적으로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지 않음으로 인한 비효율성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도 상법 개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 세제 개선 등이 논의됐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과도한 상속세는 경영의 축소나 매각을 유인해 기업의 유지·발전을 저해하는 경영권 승계 금지법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기업승계를 원활히 하고,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위해 현행 상속세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인철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는 "국내 소액투자들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증가추세여서 국내기업은 투자 유치를 위해 글로벌 공룡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른 시일 안에 자리 잡아 국내기업의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상법 개정 논의의 시작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을 위한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라며 "재계 눈치를 보다가 법을 형해화시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