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세 도중 피격 … 당선 가능성 60→70%재집권시 외교안보 및 경제통상 정책 변화 예상자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 관세율 10% 인상 언급세계경제 질서 재편 불가피 … 불확실성 대비해야
  •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총성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연단에서 몸을 숙였다가 대피하고 있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총성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연단에서 몸을 숙였다가 대피하고 있다. ⓒ뉴시스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발생한 초유의 피격 사건으로 트럼프 2기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지자 결속력 강화로 그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외교·안보는 물론 글로벌 무역분쟁 확대 등의 리스크가 추후 우리 경제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미국 선거 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이번 사건 이후인 지난 14일 기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15.3%로 낮아졌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64.3%로 상승했다. 예측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도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60%에서 70%로 크게 높였다. 

    ◇ 한국, 對미국 무역수지 흑자 점차 확대 … 무역 제재 재개 우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국 무역 적자를 경제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상대국을 압박하는 통상 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재집권 시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한층 강화된 무역 제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메리칸 퍼스트를 구호 삼아 자국 보호주의 무역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발표 중이다.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으로 낮은 관세율로 값싸게 들어오는 해외 제품을 지목하며 현재 평균 3% 수준인 관세율을 10%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전기차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집권 첫날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말하는 등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산업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1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재집권시 미국 전기차 판매 추정치의 추가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전기차 판매 추정치를 기존의 194만2000대에서 177만7000대로 하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모든 종류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관세 장벽을 높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수출 호조에 따른 역대급 대미(對美)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166억달러 수준이던 대미 흑자는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사상 최대인 444억달러를 냈다.

    올해 상반기(1∼6월25일) 역시 274억2300만달러 흑자로 전년 동기 대비 58.6%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수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출 부진의 터널을 힘겹게 통과한 우리 수출에 있어 올해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때 한국의 총수출액은 53억~241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 대미국 수출입과 무역수지 현황ⓒ산업연구원
    ▲ 대미국 수출입과 무역수지 현황ⓒ산업연구원
    ◇ "트럼프 2기 땐 인플레, 재정적자 심화 가능성 … 새전략 필요"

    전문가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가까워진 상황에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재계와 월가, 학계의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재정적자 등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트럼프 1기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변동성"이라며 "경제 및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탈세계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인은 트럼프 재선 시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면서 미 국채 금리 상승에 투자자들이 대비하는 양상"이라면서 "냉전 종식 이후 세계화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국가 중 하나는 한국으로 탈세계화에 따른 영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지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행정부가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관세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에 유의하며 미국에 무역 흑자가 발생하는 품목을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협상에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과 체결한 다자, 양자 무역협정 규정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은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미국 민주당이 오히려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경향이 있고 공화당은 미국에 투자한 기업을 미국 기업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트럼프 후보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은 노조가 없는 주에 주로 투자했던 만큼 트럼프 후보와 더 맞을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