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공모가 하회 새내기 종목 속출…상반기 대비 급증넥스트바이오‧케이쓰리아이, 올해 최저 청약 경쟁률 잇달아 경신수요예측 공모가 상단 행진 마감…"공모주 옥석 가리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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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신규 상장주가 공모가를 밑도는 성적을 내는 데 이어 공모주 일반청약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금융 소프트웨어 기업 뱅크웨어글로벌은 상장 이후 이틀간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는 상장 첫날 공모가(1만6000원) 대비 1.56%(250원) 내린 데 이어 전날에도 주가가 18.73% 급락하면서 1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앞서 올 6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부터 줄곧 고평가 논란과 오버행 우려를 받았다. 

    회사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연달아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점이 지적되면서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하단으로 결정했으나, 결국 주가는 부진했다. IPO 기업이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 이상으로 정하지 못한 것은 뱅크웨어글로벌이 올해 처음이었다.

    공모주 청약 시장도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앞서 지난 7~8일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 혁신형 치료제 개발 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65.83대 1로 집계,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2385억 원으로 이 역시 올해 상장한 기업 가운데 가장 적은 금액이다.

    해당 기록은 하루 만에 깨졌다. 8~9일 일반청약을 진행한 확장현실(XR) 솔루션 기업 케이쓰리아이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보다 낮은 3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 하루 만에 최저 경쟁률을 경신했다. 청약 증거금도 930억 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케이쓰리아이아와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한 전진로봇건설이 1087대 1의 경쟁률과 함께 8조 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점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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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상장주의 주가 흐름도 좋지 않다. 새내기주의 주가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상장한 9개 기업 중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이노스페이스, 엑셀세라퓨틱스, 뱅크웨어글로벌 등 4개 기업의 상장일 당시 주가는 시초가 대비 하락 마감했다. 

    앞서 올해 상반기 상장한 29개 기업 대다수가 시초가를 공모가보다 높게 설정한 데 이어 주가가 시초가 대비 상승 마감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와 같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던 IPO 광풍이 끊겼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올해 초 우진엔텍의 상장을 시작으로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인기 업종은 물론 제조업‧바이오·자동차 부품 등 모든 업종이 공모에서 흥행했으나, 하반기 들어 증시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공모 시장도 위축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관 투자자 사이에서도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희망 범위를 초과하는 공모가를 적어낸 뒤 곧장 매도하던 분위기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새로 상장하는 기업이 적절한 공모가와 기업가치를 제시했는지, 해당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전망이 긍정적인지, 상장 당일 유통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투자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IPO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된 시장의 정상화를 반영하듯 공모가 밴드 내에서 확정 공모가가 결정되는 종목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상장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10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없었고 상장일 평균 상승률 수준도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종가 기준 공모가를 지키지 못한 종목도 증가하는 추세로, 상장일 단기 차익을 노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시장의 정상화 과정으로 오히려 종목 선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