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품서 'N%(분배율)+프리미엄' 제외…새 이름 논의 중금감원 제재 이례적…기존 거래소 상장심사부서 역할 개입운용사 이름 교체 골머리…"ETF 주도권 거래소→금감원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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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명칭에서 '연분배율'과 '프리미엄' 등을 빼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에선 금감원의 이러한 조치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이미 한국거래소가 승인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상품의 이름을 금감원이 다시 손본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ETF 시장을 둘러싼 헤게모니가 거래소에서 금감원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커버드콜 ETF 상품명에서 목표 분배율 수치와 프리미엄 단어 등을 제외하는 안을 운용사들과 논의하고 있다.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커버드콜 ETF를 보유한 운용사에 상품명 변경과 관련한 지도 방향에 대해 의견을 요청한 상태다. 이르면 이달 말 한국거래소에서 새로운 명칭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전망이다.금감원은 앞서 지난달 28일 커버드콜 ETF의 명칭·수익구조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투자자가 분배율 수준을 확정 수익률로 오인할 수 있고,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 들어갈 경우 우수 혹은 고급 상품으로 착각할 수 있어서다.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추종하는 주식에 콜옵션 프리미엄을 더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프리미엄은 좋은 상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운용 과정에서 콜옵션 매도 시 수취하는 대가를 의미한다.금감원 측은 "명칭에 사용되는 분배율 수준은 자산운용사가 제시하는 목표일 뿐 사전 약정된 확정 수익이 아니다"라며 "분배금은 기초자산 상승분을 포기하는 대가일 뿐, 추가 수익을 누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이에 구체적으로 ETF 상품명에서 '연분배율'과 '프리미엄'이 제외될 예정이다. 운용사들은 증권신고서에 상품명을 정정하고, 거래소에서 상품명 변경 상장 절차도 밟아야 한다.운용사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이미 시장에 상장한 상품명을 바꿀 경우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고, 마케팅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한 운용사 관계자는 "명칭에 제한이 생기면서 운용사별 상품들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평범한 이름을 지을 수밖에 없게 됐다"라며 "분배율을 사용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차이점을 알릴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유튜브 등 모든 SNS에 게재했던 커버드콜 ETF 관련 광고 및 홍보물을 모두 회수해야 할 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혼란을 살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업계에서는 이미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은 ETF 상품에 금감원이 태클을 걸었다는 점에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8일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성장 중인 ETF 시장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게 금감원의 기본 입장으로, 질서 관리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이라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는 배치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ETF는 증시 상장 상품이기 때문에 통상 한국거래소 상장심사부서가 관리해 왔다. 실제 거래소는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각종 종목명 부여 원칙을 정해놨다.이에 일각에선 ETF를 둘러싼 주도권이 한국거래소에서 금융감독원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한 운용사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는 올해 ETF 시장에서 투자자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상품 중 하나"라며 "이번 금감원의 제재로 커버드콜 ETF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끊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서 이미 상장 승인을 낸 상품에 대해 금감원이 문제 삼는 것이 결코 반갑지 않을 것"이라며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또한 "거래소의 고유 권한이 다소 침해됐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ETF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이 금감원으로 넘어갔다는 말도 나온다"라고 덧붙였다.한편 금감원은 금융 계열사들의 'ETF 몰아주기 의혹 및 불건전 영업행위'와 관련해 주요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최근 국회에서 ETF 시장의 불건전 영업행위 관련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