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전신 한일은행의 전 행장 아들 이 모씨, 우리은행서 650억 대출이 모씨 회사 최근 3년연속 적자… 대출 당시 신용등급 상향해 대규모 대출금감원 고위 관계자 "의혹 인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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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은행이 전 은행장 아들에게 수백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전 은행장 아들 명의의 회사는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태로, 대출 당시 해당 차주와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나 리스크 등 기업대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된 대출은 대부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은행장, 회장 재임 시절 이뤄진 것으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재임 중인 최근까지도 추가 대출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내용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일 "전 한일은행장의 아들 이 모씨에 대한 부적정 대출 의혹을 최근 알게 됐다"며 "관련 조사를 아직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구체화된 뒤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 전 행장(1990년 행장 역임)의 아들인 이 모씨가 수 년간 우리은행에서 받은 대출액은 총 650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씨는 부동산 개발과 임대업을 영위하는 기업 A와 B를 운영 중으로, 자신 명의의 이 두 법인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았다. 

    문제는 A사에 대한 대출 정황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최근 3년 연속(2021~2023년) 당기순손실을 낸 회사로 악화된 재무제표를 고려할 때 대출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대출이 실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당 차주의 상환능력과 담보, 신용등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 모씨의 법인에 대출을 내어주기 위해 법인의 신용도를 상향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무리하게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모씨는 전 행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력 등을 활용해 우리은행에 무리한 대출 금액과 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다른 관계자는 “이씨가 우리은행에 위력을 행사하며 우리은행 직원들에게 무리한 대출 요구를 일삼았다는 이야기가 은행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부적정 대출 의혹은 손 전 회장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 역시 대출 취급·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지점 전결로 대출이 실행됐다. 해당 대출 건을 종합 고려했을 때 본부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었음에도 해당 법인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됐고 이에 근거해 매뉴얼화된 절차를 생략한 채 이뤄졌다. 또 대출금 용도 외 유용 등을 점검할 때도 증빙자료를 확인하지 않아 유용 사실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 모씨는 “회사가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낸 건 맞지만 재정상태는 탄탄하며 대출 이자를 단 한번도 연체한 적이 없다”면서 “신용등급이 오른 이유는 보유 중인 땅값이 올라 자산이 수십배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