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지난달 25개 자산운용사와 디딤펀드 출시 물가 상승률+알파 수익에 복리효과 극대화 이환태 금투협 상무 "잠자는 연금계좌 깨워야…건전한 투자 문화 확산 기여"
  • ▲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상무) ⓒ서성진 기자
    ▲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상무) ⓒ서성진 기자
    물가 상승률 이상의 장기 수익률을 거두기 위한 연금 특화 상품 '디딤펀드'가 베일을 벗었다.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단기에 치우친 퇴직연금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 문화를 구축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달 금융투자협회 주도 아래 자산운용사 25개사는 디딤펀드를 출시했다. 이는 국민연금처럼 주식·채권·대체 자산 등에 분산 투자해 수익을 내는 자산배분형 밸런스펀드(BF)로,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기초로 운용사가 경기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원리금보장형보다 높지만 기존 실적배당형보다는 낮은 중립적 성과를 내는 안정적인 상품으로, 보수적인 투자성향의 가입자도 안심하고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가 현 시점에서 디딤펀드를 선보인 건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퇴직연금 시행이 20주년 된 올해, 시장이 400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적립금의 87%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몰려 있다. 이로 인해 퇴직연금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35%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연 6.86%)뿐 아니라 국채(연 2.51%) 수익률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401k 잔액이 100만달러가 넘는 고객 수가 지난 1분기 기준 48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401K는 미국 직장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퇴직연금이다. 100만달러 계좌 보유자는 연말보다 15%, 1년 전과 비교하면 43%나 늘었다. 연금으로 막대한 부를 쌓는 국민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선 대졸자가 성실하게 일하면 연금 백만장자는 손쉽게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상무)는 최근 뉴데일리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면 코로나 이후 자본시장은 국내외적으로 큰 변동성을 경험했다"며 "일부 투자자는 큰 수익을 얻었지만 일반 근로자는 고수익형·테마형 상품으로는 연금 자산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경험 삼아 정기예금에 투자하던 근로자들이 향후 저금리 시기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질 때 연금투자의 정석인 BF가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고 디딤펀드 출시 배경을 밝혔다. 

    ◆단 하나의 상품으로 은퇴까지…"야, 너도 연금부자 될 수 있어"
  • ▲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상무) ⓒ서성진 기자
    디딤펀드는 장기적으로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연기금의 투자방식인 자산배분과 지속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자금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평균수익률을 추구한다.

    단기적으로는 정기예금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초장기 투자를 통해 꾸준히 물가 상승률에 알파 성과를 추가 창출함으로써 이에 대한 복리효과는 정기예금이나 변동성이 큰 고수익형 상품 대비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또한 연금특화 상품으로 투자 제한 없이 100% 투자가 가능해 다른 자산과 혼합할 필요가 없어 관리가 용이하다. 

    디딤펀드는 하나의 상품으로 은퇴 시점까지 상품을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은퇴시점을 기준으로 개발된 타깃데이트펀드(TDF) 위주인데, 빈티지가 투자 성향을 구분하는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예컨대 2050년 은퇴하는 근로자가 안정추구형 성향을 가졌다면 TDF2050이 아닌 TDF2030 상품을 가입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TDF의 위험 수준은 줄어들어 해당 투자자는 지속적으로 상품을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본부장은 "디딤펀드의 소구 포인트는 한마디로 '하나의 상품으로 은퇴까지'"라면서 "빈티지나 은퇴연도와 관계 없이 일정한 위험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투자자 연령, 투자 시기 등에 무관하게 투자 성향만 맞는다면 해당 상품을 은퇴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디딤펀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판로를 현재 증권사에서 나아가 은행과 보험권으로 적극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증권사별로 라인업된 디딤펀드의 갯수 편차가 큰데, 각사별로 상품을 확대해 투자자가 충분히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투자자가 디딤펀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연금 어플리케이션 내 단축 경로를 생성해 디딤펀드 상품들이 나란히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디딤펀드 내에서 견조한 운용 성과를 축적하면서 사전지정운용제도에 우수한 BF형이 편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건의도 병행할 예정이다.

    협회는 디딤펀드를 통해 장기적으로 건전한 투자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본부장은 "2030년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10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입 근로자 대부분은 자신이 확정급여형(DB)인지 확정기여형(DC)인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디딤펀드를 통해 잠자고 있는 연금계좌를 깨우고, 깨워서 최소한 일을 하게끔 하라는 것이다. 꼭 필요한 숙원 사업을 이제 시작한 것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는 것보단 투자 문화를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업계에서도 현재 국내 연금시장이 너무 단기화돼 있다는 문제 의식이 있다"며 "아직 자본시장 투자 경험이 없는 이들, 사회 초년병들에게 디딤펀드는 안전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연금부자가 가능하도록 디딤펀드가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