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개항과 동시에 둔덕 설치… 콘크리트 설치가 쟁점공항공사·부산지방항공청 승인… 향후 책임소재 가려질 예정
  • ▲ 2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합동조사팀 관계자로 보이는 외국 여성이 둔덕에 올라 로컬라이저 길이를 재고 있다. ⓒ연합뉴스
    ▲ 2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합동조사팀 관계자로 보이는 외국 여성이 둔덕에 올라 로컬라이저 길이를 재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공항 참사 여객기가 동체 착륙을 하던 중 오버런 끝에 로컬라이저(방위각표시 시설) 지지대인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해 인명 피해를 키운 가운데, 작년 둔덕 개량공사로 윗부분에 콘크리트가 덧대졌다는 점이 향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3일 국토교통부와 엔지니어링 업계 등에 따르면 사고기가 충돌한 약 2m 높이의 둔덕은 착륙 당시 활주로 진입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고정하는 10여개의 콘크리트 기둥으로 이뤄졌다. 해당 둔덕은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당시 처음 설치됐다가, 재작년 9월부터 작년 2월까지 개량 공사가 진행되며 두께 30㎝의 콘크리트 상판을 얹혔다.

    앞서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는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한 역대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데에는 활주로 끝단에서 251m 떨어진 곳에 있는 로컬라이저 지지 콘크리트 둔덕이 결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의 일종인데,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설치된 설비는 2m 높이의 흙으로 덮인 콘크리트 둔덕 위에 지어져 항공기 충돌 당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개량 공사는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가 2020년 3월 시설 개량 설계 용역 공고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07년 처음 설치된 로컬라이저의 내구연한인 15년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해당 용역은 서울 소재의 S업체가 낙찰받았다. S업체는 2020년 8월 공항공사에 제출한 실시설계 용역 종합 보고서에서 '기존의 안테나 지지대를 보강 후 재사용해야 한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보고서에는 콘크리트 기초물을 재사용하고 같은 소재인 콘크리트를 사용해 보강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공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이런 결론이 반영된 설계는 감리와 공항공사의 내부 승인 절차 등을 통과했고, 이후 무안공항을 담당하는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의 사업 승인도 받았다.

    S업체는 무안공항의 두 배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된 4m 높이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여수공항의 항행안전시설 개량 사업도 설계했다. 나아가 해당 업체는 콘크리트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 청주·포항경주공항의 '계기착륙시설 신설 감리 업무' 용역 사업에 최종 낙찰받기도 했다.

    문제는 S업체가 로컬라이저를 설계했던 당시 국토부 공항안전운영기준 제34조 4항을 보면 착륙대, 유도로대 및 활주로종단안전구역의 관리에 대해 '불법 장애물이 없을 것. 다만, 설치가 허가된 물체에 대하여는 지지하는 기초구조물이 지반보다 7.5㎝ 이상 높지 않아야 하며, 물체는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당초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이 규정에 맞게 지어졌다"고 주장했으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향후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와 경찰 수사에서는 처음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과정과 이후에 콘크리트를 덧댄 경위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설계업체와 발주처인 공항공사, 부산지방항공청 등의 책임 소재가 가려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고를 들여다보는 경찰은 전날 무안공항과 부산지방항공청,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관들은 항공기 운행·정비·시설과 관련된 전자 기록·서류 일체를 확보하고 수사 과정에서 책임자가 가려지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입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