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서 벗어난 임의 선물 매매…스왑 거래처럼 허위 등록내부 감사 진행 및 당국 신고…"필요시 법적 조치 계획"일각선 금융당국이 LP 증권사 자격 박탈할 수 있단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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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투자증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와 관련해 13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이번 사태로 ETF 유동성공급자(LP)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장내 선물 매매 및 청산에 따라 13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 이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러한 내용의 주요 경영상황을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통상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는 시장의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해 원활한 거래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렸으나, MM과 LP의 역할을 고려해 이들에게 공매도 제한 예외를 적용하기도 했다.

    ETF 시장의 경우 LP 증권사는 자산운용사와 거래를 맺고 ETF 시장에서 매수·매도 양쪽에 주문을 넣는다. 종목의 호가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하고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 가격이 적정 가격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문제는 이번 손실 금액이 LP 역할과 상관없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선물 매매를 임의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헤지(hedge·위험 분산) 목적의 매매가 아닌 손실을 메꾸기 위한 매매인 점이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의 일부 법인선물‧옵션부 직원은 ETF 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과대 손실이 발생했으나 이를 스왑 거래인 것처럼 허위 등록하며 손실 발생 사실을 감춘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지난 8월 2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국내 증시가 '블랙먼데이'로 불릴 정도로 폭락한 지난 8월 초 당시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먼데이 당시 코스피는 하루에 234.64포인트(8.77%) 폭락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하락률로는 2008년 10월 이후 16년 만에 최대 낙폭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스왑 거래 등록이 허위인 것을 확인, 내부 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금융감독 당국에 신고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8월 증시 폭락 당시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추가 수익을 위한 선물 매매를 하다 더 큰 손실을 낸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헤지 목적에서 벗어난 매매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실 금액은 회계에 반영할 예정이며, 상기 손실 금액은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행위 발견 시에는 해당 관련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ETF LP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LP 과정을 행한다면,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호가창을 만들 수밖에 없고,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라며 "이에 당국에서는 MM‧LP 등에게 수수료 할인, 업틱룰 허용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이 해당 증권사의 LP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기관은 금융사고 등으로 인해 직전 분기 말 자기자본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손실이 발생했거나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공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