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각지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당국, 피해 규모조차 못 내감리 등 지난 국감서 수차례 지적… "현행 체계로 계속 진행 중"10곳 중 8곳서 농약 미검출… 6개업체 부적절 수의계약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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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산림에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대거 발생하며 산림청 대응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소나무재선충은 크기 1mm 내외의 선충으로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해 매개충의 이동 경로에 따라 건강한 소나무류로 침입 번식하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소나무 에이즈'로 불릴 만큼 한번 감염되면 회복이 불가능해 피해목은 100% 말라 죽게 된다는 것이다.24일 산림업계 등에 따르면 경북 등 전국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으나 당국은 시군별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북 포항 구룡포 지역에는 살아 있는 소나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재선충병이 심각한데, 산림청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이에 더해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재난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농정 당국이 여름철 집중호우나 가뭄, 전염병 등에 따른 농축산 피해가 발생하면 '잠정'을 전제로 관련 상황을 곧바로 발표하는 것과도 대비된다.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같은 문제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치례 지적됐음에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대구, 광주, 강원 등 지역에서 소나무재선충 확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세종은 2019년에 19그루 재선충이 발생했다가 없어졌는데 해당 사례를 보면 분명 재선충은 박멸이 가능하다. 산림청이 완전 박멸을 못 시키니까 자꾸 재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그런데도 산림청은 사실상 완전 박멸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박멸을 하기 위해서는 (재선충을 옮기는)곤충을 다 멸종시켜야 한다"며 "10년 전까지는 박멸이라는 용어를 사용을 했지만, 이제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방제하고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당시 국감에서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소나무재선충에 대한 3가지 문제가 제기된다"며 "감염된 고사목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고사목 처리에 대한 감리가 이뤄지지 않으며, 일부 작업장 나무 주사 주입량 등이 적정하지 않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이에 산림청 관계자는 "감리 업체의 품질 관리에 대해 지침 위반 시 페널티 강화나 감시 인력 충원을 더 엄격히 추진하려 한다"면서도 "지금까지는 현행 체계로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나무재선충병 관리 미흡에 대해 국감에서 지적을 받은 지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나아가 현행 방제 작업마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며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최근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은 산림청이 지난 30여 년간 방제 효과가 없는 소나무재선충병 고독성 농약 살충제를 사용하는 등 약 1조6000원의 재선충 방제 비용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대구안실련은 지난 8월~9월 한 대학교가 경북 울진과 충남 태안 등 전국 10개 지역의 소나무에서 잔류농약을 조사한 결과 8곳에서 농약이 검출되지 않았고, 2곳은 검출률이 20%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산림청이 지난 2019년~2023년간 투입한 장기 농약인 밀베멕틴은 6년 동안 지속돼야 하는데 농약이 검출되지 않음으로써 방제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산림청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등록된 밀베멕틴에 대해 2차례 약효 검증시험을 거쳐 6년 이상 약효를 확인했다"면서도 "나무주사의 용법과 용량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관리 지침 위반 등으로 예산이 방제 작업에 효과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산림청이 시인한 셈이다.한편, 대구안실련은 산림청이 방제 약품을 구입하면서 부적절한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이 지난 8년간 공개 입찰을 하지 않고 농약제조·판매업체 6곳과 수의계약를 맺어 방제약품 구입 예산 996억원 중 548억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방제약제는 조달청에서 납품업체와 가격을 결정해 계약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