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바로저축은행 등급전망 '부정적' 하향"PF 정리 과정 추가 손실로 수익성 개선 제약"저축은행 PF 구조조정 '거북이걸음'… 신용등급 악재
  • ▲ 저축은행. ⓒ뉴데일리DB
    ▲ 저축은행. ⓒ뉴데일리DB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정리를 강행 중인 저축은행업계에 또 다시 신용등급 강등 위기가 시작될 조짐이다.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와 더불어 시장의 냉엄한 판단인 신용등급 하향이 양쪽에서 저축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3달만 저축銀 등급전망 하향… 도미노 강등 재현되나

    2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기업평가는 바로저축은행의 신용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등급은 'BBB'를 유지했으나 강등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저축은행 도미노 하향 사태가 재현될 지 업계의 촉각이 곤두섰다.

    원인은 역시 PF 리스크다. 대규모로 취급한 브릿지론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9월말 기준 바로저축은행의 PF 관련 대출잔액은 5359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291%에 육박한다.

    PF 익스포저 중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 비중이 80%가량으로 저축은행업권에서도 브릿지론 비중이 과중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본PF로 전환되기 전인 브릿지론은 현 상황과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만기연장이나 리파이낸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전성 저하를 불러온다.

    ◇좀처럼 속도 안 나는 PF 구조조정… 추가 손실 현실화

    금융당국의 적극적 주도로 올 한 해 전 금융권이 PF 부실 사업장 정리·재구조화에 나섰으나 한기평은 바로저축은행의 PF 정리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미정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이견이 커 매각 성사가 어려운 상황이고 부실채권을 펀드에 매각하는 전략은 저축은행도 출자자로 참여하므로 실질 리스크 해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PF 관련 비용이 수익성 개선을 제약하고 부실 PF 정리 과정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PF 사업장 정리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는 것은 저축은행업권 전체가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까지 금융권이 정리를 마무리한 PF 부실 사업장은 4조5000억원 규모다. 저축은행은 정리 대상 중 16.7%의 정리·재구조화를 완료해 다른 업권에 비해 가장 더딘 속도를 나타냈다. 새마을금고(29%)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적극적 매각을 통해 가장 신속한 정리 추이를 보였다. 완료 비율은 증권(20.7%), 상호금융(17.7%)업권 순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쫓느라 PF 대출을 과도하게 취급한 저축은행이 많고 저축은행업권이 취급한 PF 대출이 사업성면에서 다른 업권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부실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정리 중이지만 가격 눈높이 차이 탓에 속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담보대출 줄이기 총력에도… 등급 방어 위기

    PF 구조조정이 늦어지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지속돼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관리에도 부담을 미친다. 자본 감소는 신용평가사가 주시하는 요소 중 하나인 레버리지배율 상승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신용등급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PF 정리 과정에서 추가 손실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관건"이라며 "이미 부실화 판단이 내려진 사업장 외에도 부동산담보대출 보유 현황과 건전성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보유한 저축은행 중 1조원 이상의 부동산담보대출을 보유한 저축은행은 상반기 기준 8곳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2조9852억원, SBI저축은행이 2조7391억원으로 각각 2조원이 넘는 물량이다. 이어 △OK저축은행(1조4728억원) △애큐온저축은행(1조4347억원) △OSB저축은행(1조2935억원) △대신저축은행(1조899억원) △웰컴저축은행(1조850억원) △바로저축은행(1조147억원) 순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일제히 전분기 대비 부동산담보대출 보유량 줄이기에 성공했으나 기존 취급량이 많아 아직 정리에 매진 중이다.

    한편 지난 9월 예가람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의 등급 전망이 하향됐고 등급 추가 하향 위기에 몰렸던 페퍼저축은행은 자발적으로 등급 취소를 요청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후 세 달가량 잠잠했던 저축은행 신용 등급 변동 사태가 PF 정리 손실 현실화와 함께 재점화될 위기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