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원화 약세 뚜렷'고환율 수혜' 조선·전력·식품株…항공·여행株 '위축'원화 약세 지속 전망…산업 경쟁력 약화 영향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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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수혜업종과 피해업종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약세 속에서도 고환율에 수혜가 예상되는 조선업과 전력, 식품 업종은 주가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보이는 반면 높은 환율에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항공주와 여행주는 소외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HD현대마린엔진(19.36%), HD현대중공업(18.41%), HD현대마린솔루션(21.53%), HD현대미포(10.59%) 등 조선업종은 강세를 보였다.

    해당 기간 코스피 지수가 2.11%, 코스닥 지수가 1.46% 하락한 상황에서도 조선업종엔 투자심리가 쏠렸다.

    이날 오전 11시5분 현재도 HD현대중공업(3.65%) HD현대미포(0.65%), HD현대인프라코어(2.92%), HD현대마린엔진(2.55%), 삼성중공업(3.22%), 한화오션(7.19%) 등 주요 조선주들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건 대표 수출주로서 고환율 환경에서 가장 매력적 업종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조선업종은 선박 건조비용을 달러로 받아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나 한국 조선업에 우호적인 트럼프의 집권, 미국 LNG 프로젝트 재개, 미국 해군 함정 정비 수요 등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도 내년 말 기준금리를 종전 전망치(3.4%) 대비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연준이 발표한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상 연간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베이비 컷(0.25%포인트 인하)' 기준 4회에서 2회로 줄었다.

    이로 인해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50원선을 뚫으면서 1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

    환율이 오를수록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 통상 증시에 악재로 여겨지지만 고환율의 수혜가 예상되는 일부 종목에 한해선 호재로 반영된다. 조선업종을 비롯해 수출 실적이 부각되는 업종들은 대체로 지수 대비 상대적 강세 흐름이다.

    이달 들어 대원전선(12.97%), 일진전기(24.41%), HD현대일렉트릭(4.72%)과 같은 전력기기와 전선 종목들도 지수 대비 초강세를 이어갔다. 국내 전력기기업체는 송배전 변압기 등 전력 설비 수출로 유의미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전력 인프라 교체 사이클이 적어도 2030년까지 계속돼 전력기기 업체의 수익성 확대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초고압 변압기 리드 타임이 2년을 웃도는 가운데 2022년 하반기 수주한 물량이 매출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진율이 높은 북미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초고압 변압기 부족에 따라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외형 대비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며 "공급자 우위 사업 환경 속에서 마진율이 이전 수준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2026년까지도 전력기기 업계 수익성 확대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로 해외 시장 진출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는 삼양식품은 이달에만 무려 44.12% 급등했다. 지난 20일 삼양식품 주가는 장 중 78만5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 10~11월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 금액은 1조5488만달러(1448조579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증가했다. 10월에는 역대 최고 월 수출 기록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지난 18일 중국 생산법인과 공장 설립에 2014억원을 투입한다고 공시한 점이 큰 호재로 작용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 생산설비를 갖춤으로써 단일 국가로는 비중이 가장 크고 고성장하는 중국 시장 내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며 "노무비, 관세, 물류비 등을 절감해 제품 및 마케팅에 재투자함으로써 점유율 상승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종도 고환율 상황에서 대표 수혜주로 거론되는 업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으로 현대차, 기아 등 국내 대표 자동차주의 주가가 하반기 들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지만 환율 상승과 함께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위협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서 유지된다면 현대차는 연간 1조원의 추가 환율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따라서 연 13조원의 영업이익과 10조원 순익은 수성 가능할 전망으로 추가 하락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치솟는 달러 가치에 고전하는 종목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주와 항공주다.

    이달 들어 대한항공(-9.44%), 제주항공(-13.39%), 티웨이항공(-15.62%), 아시아나IDT(-23.46%), 아시아나항공(-5.87%) 등 항공주는 급락세를 보였다.

    항공사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데다가 주요 비용인 연료비와 정비비, 공항관련비를 주로 외화로 결제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고환율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까지 겹치면서 하나투어(-6.39%), 모두투어(-6.30%), 노랑풍선(-4.28%) 등 여행주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내년까지 고환율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했고, 이에 따라 미국이 아닌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로 인한 압박이 여전하며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다"면서 "국내 증시에선 방어적 업종과 기계, 조선 등 환율 상승 수혜 업종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경기 둔화 우려, 트럼프 보호주의 정책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종합 고려할 때 고환율 수혜주들도 마냥 낙관하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차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수혜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는 다른 변수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라며 "환율이 오르는 이유에는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