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 개막, 韓 경제 대내외 불확실성 직면금융당국, 국가리더십 실종된 대외신인도 관리에 총력리더십 공백 권한대행 체제 한계 우려 여전CDS 프리미엄 하락 속 대응 시간 충분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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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한국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거세질 전망이다.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과 불안정한 국내 정치 요인 등 내우외환에 직면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국가리더십 실종으로 정부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부재 속 韓 국가신용등급 빨간 불 

    대외 신인도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된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는 무디스, 피치,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등이 있으며 이들은 3가지(재정건전성, 경상수지, 외환보유액)로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해당 등급이 떨어지면 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증시 및 환율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앞서 무디스는 정치 분열과 재정 악화에 휩싸인 프랑스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한 단계 낮은 Aa3로 낮췄다. 62년 만에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켜 지난달 초 내각 전체가 해산된 데다 재정 적자 규모는 올해 GDP(국내총생산)의 6.1%로 예상된다. EU(유럽연합)이 권고하는 재정 적자 수준 (GDP의 3%)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한국 역시 계엄·탄핵 사태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내수 경기 둔화에 직면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2년 만에 '경기 하방 위험' 진단을 내놨으며, 11월 수출 증가율은 1.4%로 올해 들어 최저치이고 4개월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중후반에서 1%대 초중반으로 낮춰 잡았다.

    특히 달러당 원홧값은 1500원을 향해 치솟으며 우리나라 수입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은 2.4% 높아졌다. 미 국채 10년물과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 역전 폭도 2%p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는 대외신인도 관리를 위해 연초부터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매주 거시경제·금융간담회(F4회의) 열고 미국 정부의 정책과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다. 최 대행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무디스·피치·S&P) 고위급 인사들과 화상 면담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는 현 상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신속하고 투명한 소통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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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금리인하 동결… 대외신인도 지켜내는 '방파제' 역할 주력

    금융당국도 대외 신인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금융·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최 대행의 경제 운영 방침에 동의하면서 지원사격을 펼치고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여야가 국정 사령탑이 안정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도 풍랑 속에서 중심을 잡고 정부 정책에 조언하며 대외 신인도를 지켜내는 방파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2025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최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를 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 가계부채 관리 등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3.00%)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오랜 내수 경기 침체로 기준금리 3연속 인하가 예상된 것과 상반된 결과였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0.25%포인트(p)씩 금리 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3.5%에서 3%로 낮춘 바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환율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 외환시장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높아진 환율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고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이 작년 11월 전망치(2.2%·1.9%)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 판단이다.

    특히 이 총재는 정치적 불안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강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가 앞서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을 두둔한 배경에도 정치와 경제를 최대한 분리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증대되고 경제전망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국내 정치 상황 및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및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시한부 리더십 우려 여전… CDS 프리미엄 하락세

    트럼프 새 정부 출범 속에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부재는 여전히 우려할 대목이다. 당장 직면한 관세 폭탄 등을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멈춰섰기 때문이다. 

    최 대행 체제에서도 적극적인 대미 경제외교 행보를 펼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시한부 성격을 지닌 임시 체제 속에서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면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는 점에서다.

    국가 정상과 동일선상에 놓기 어려운 한시적인 리더십 가운데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를 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최 대행이 국제금융협력대사에 최종구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국제투자협력대사에 최중경 전 금융위원장을 각각 내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디스는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였다"면서 "강력한 법치주의로 신속한 의사 결정과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포함한 다른 기관들의 기능이 작동 중이지만, 경제활동 교란 장기화나 소비자와 기업 심리 약화는 신용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점은 안심할 대목이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의 신용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상승하고 반대일 경우 하락한다.

    5년물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평균 34bp에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직전인 지난 13일에는 40.42bp까지 치솟았다.

    이후 예상을 하회한 미국 12월 근원 물가 상승률 발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38bp 수준으로 상승세가 꺾이며 시장의 우려를 한시름 들었다. 한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행정명령 일차 타깃에서 빗겨가 있어 대응시간을 벌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