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캐나다·멕시코에 관세 부과 강행EU·반도체·철강·석유 등에도 추가 관세 가능성WSJ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맹비난인플레 등 부작용 우려… 무역전쟁 본격화 韓 비상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역사상 가장 멍청한 조치"라는 미국 내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은 물론 미국 자체 산업과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력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WSJ는 이를 두고 "역사상 가장 멍청한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경제적 타격은 물론 미국 자체 산업과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캐나다·멕시코에는 25%의 관세가, 적국인 중국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된다"며 "이는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버나드 루이스(Bernard Lewis)의 농담을 상기시킨다"고 꼬집었다.

    특히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은 '미국 내 마약 유입을 방치했다'는 것에 대해선 "미국 내 마약 소비가 존재하는 한, 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이 안되는 논리"라며 "해당 논리는 관세 부과 자체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북미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며 이번 관세 조치가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산업은 미국·캐나다·멕시코 세 나라의 공급망이 밀접하게 통합돼 있는 실질적 북미 산업이라며 작년 캐나다는 미 자동차 부품 수입의 약 13%를 공급했으며 멕시코는 거의 42%를 차지, 이런 무역 없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짚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이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농업 부문에서도 심각한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2024회계연도 기준'을 근거로 들고 "미국 농산물 수입에서 멕시코산 식품이 약 23%를 차지하며, 캐나다는 약 20%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WSJ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몇 가지 상징적 양보를 얻어내고 승리를 선언한 뒤 물러설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지 않고 북미 무역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전쟁의 하나록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트럼프 "·加·멕시코 관세 피할 방법 없어"… 강행 확인

    WSJ의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는 제목의 이 사설이 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이달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조치가 협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진행한 언론과의 문답에서 '캐나다 등이 오늘 밤 내일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 지금 당장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관세 부과 예고가 협상용 수단이 아니냐'는 후속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면서 "(관세 부과 예고는) 순전히 경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 중국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10%로 낮추겠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방침에 그동안 자유무역 기조가 확대돼온 국제 무역 질서에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 철강, 알루미늄, 구리, 반도체, 의약품 등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달 우리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정확한 날짜는 곧 발표할 예정이다"며 관세 확대 계획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대외 수출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철강, 자동차 부품 등 한국의 핵심 산업들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도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우했다"면서 향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무역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도 이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으며 시장에서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미국 내 정치권 목소리도 상당하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관세로 인해 식료품, 자동차,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산층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통상 장벽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대응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계엄·탄핵 정국의 리더십 공백에 대미 협상력이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수출기업 등 재계의 시름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