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올 들어 국내 주식 8조672억원어치 순매도삼성전자·금융지주 업종 대거 '팔자'…정치 불안·고환율 '발목'공매도 재개로 매도세 완화 예상…"반도체 사이클 회복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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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올 들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7개월 연속 이어진 순매도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오는 31일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 수급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이보단 환율 안정과 반도체업종 사이클 회복이 주효하단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8조67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에서 7조2284억원어치, 코스닥에서 8388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팔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국내 상장주식 2조83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4일 기준 28.47%로 1월 24일(28.98%) 이후 두 달째 29%를 밑돌고 있다.
이달 5일 외국인 비중은 28.23%까지 낮아지면서 2023년 11월 6일(28.20%)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5년 이후 역대 최저였던 2022~2023년(27%)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 비중 축소는 코스피에 집중됐다. 지난해 7월 대비 지난 14일 기준 코스피 외국인 비중은 36.05%에서 31.79%까지 급락했다. 반면 코스닥 비중은 9.66%에서 10.12%까지 늘었다.
외국인 매도세는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금융업종에 집중돼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603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대해 지난 8월 이후 이달까지 8개월 연속 순매도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긴 '팔자' 행진이다.
이달 말까지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역대 세 번째로 긴 순매도 기록이다. 역대 1위는 2006년(2006년 2월∼2007년 3월) 기록했는데 당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4개월 연속 순매도한 바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아치우는 건 D램 등 레거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문제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엔비디아 대상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이슈가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HBM 매출 급감 및 낸드 업황 악화, 비수기 진입으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7개월째 이어진 외국인 순매도 행렬에 금융지주 종목들도 포함됐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KB금융과 신한지주를 각각 4073억원, 300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하나금융지주(-793억원), 기업은행(-619억원) 등도 팔았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초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로 금융주를 대거 사들였는지만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정치 불안에 따른 환율 변동성과 금융기관 건전성 지표 악화 우려로 금융 업종을 매도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환율이 안정될 경우 외국인 수급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계엄령 사태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여파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며 경기 불안과 정치적 리스크 여파로 1450원선 전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탄핵심판 선고 등 국내 정치 리스크 해소를 트리거로 원·달러 환율은 올 상반기 중 1300원선 중반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추가적인 원화 강세 압력 확대 시 외국인 입장에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며 "특히 달러 대비 원화 약세 정점 권에서 향후 원화 강세 전환을 기대한 외국인의 수급 변화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후 달러 대비 원화 강세 전개 시 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말 재개되는 공매도도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재료다.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헤지 수단이 확보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어서다. 공매도 재개는 지난 2023년 11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가격 효율성 저하 및 거래 회전율의 하락 요인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원인 중 하나"라며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2분기 이후에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펀더멘탈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2분기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신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월 말 공매도 재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공매도 재개보단 외국인들의 투자가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업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들의 수급은 공매도 여부와 상관 없이 국내 반도체 수출과 관련 있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상관관계가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이나 지수 상승 모두 주요 업종 사이클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야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 수급은 공매도 제도뿐만 아니라 제조업 경기, 환율 등에 따라 복합적으로 움직인다"며 "외국인들은 과거 공매도 재개 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