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치’ 랠리 지속 … 코스닥은 800대서 등락조·방·원 등 대형 산업군 코스피 쏠려 … 外人 참여도 저조코스닥 절반은 적자 ‘부실기업’ … 시장 신뢰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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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양대 지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가 외국인 자금 유입과 주력 산업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 정상화를 내걸며 정책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천스닥'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이재명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 6월 4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13.74% 상승했다. 수익률 자체는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최고점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26.89%) 지수엔 미치지 못하고 800대 내에서 머무는 모습이다.

    앞서 코스닥 지수는 닷컴버블이 휩쓸던 지난 2000년 3월 10일 2834.40까지 치솟으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6개월 만에 500대 밑으로 추락했다. 이후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친 뒤 2021년 8월 약 20년 만에 1000선을 재돌파했으나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천스닥’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처럼 코스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배경으론 ▲반도체·조선·방산 등 대형 산업군이 코스피에 몰려있는 점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도가 낮은 점 ▲부실기업이 많은 점 등이 지목된다.

    먼저 주도주들의 성과 차이가 크다. 코스피는 반도체·조선·방산·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 산업들의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코스닥의 2차전지·바이오 등 주요 성장주들은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실제 지나 6월부터 10월 2일까지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코스피는 평균 31.56%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47.71%) ▲SK하이닉스(67.47%) ▲LG에너지솔루션(22.14%) ▲삼성바이오로직스(-3.30%) ▲삼성전자우(43.26%) ▲한화에어로스페이스(32.57%) ▲현대차(16.85%) ▲HD현대중공업(20.33%) ▲KB금융(15.50%) ▲두산에너빌리티(53.11) 등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 시총 상위 종목들의 평균 상승률은 19.91%에 그쳤다. 종목별로는 ▲알테오젠(30.86%) 에코프로비엠(26.97%) ▲펩트론(30.43%) ▲에코프로(12.71%) ▲파마리서치(26.93%) ▲리가켐바이오(22.49%) ▲레인보우로보틱스(14.87%) ▲삼천당제약(47.60%) ▲에이비엘바이오(14.50%) ▲HLB(-28.26%) 등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재 상승을 주도했던 기계, 조선, 방산도 코스피 종목 위주로 구성됐다”며 “코스닥 내에서는 화장품, 바이오텍, 피부미용 관련 테마가 약진했으나 전체 지수 상승을 주도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 자금을 대거 투입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등을 돌렸다. 외국인은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14조665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코스닥 시장에서는 284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들도 외국인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개인투자자들은 반대로 코스피에서 19조1009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코스닥 시장은 2조34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승장은 정부 정책 기대와 외국인 매수세 덕분에 코스피 중심으로 전개됐다”며 “외국인 관여율이 낮은 코스닥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을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 자체도 줄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6월 기준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월(6조4171억원)보다 11.56% 늘어난 7조158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5조9059억원으로 17.50% 감소한 데 이어 8월에는 그보다 14.77% 더 쪼그라든 5조334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겨우 7조원대를 회복했다.

    부실기업들이 대거 포진한 점도 지수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2월 결산법인인 코스닥 상장사 1207곳 중 563곳(46.64%)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부채비율은 111.61%로 지난해 말보다 6.19%포인트 상승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4월 기준으로 12월 결산법인 57개사 중 코스닥 45개사가 감사인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코스닥 시장은 올해에만 총 148차례 하한가를 기록하며 코스피(27차례) 대비 주가 변동성이 경계된다”고 꼬집었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 수십년에 걸쳐 상장 요건이 조금씩 완화됐는데, 이 때문에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IPO(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그 여파로 부실 기업이 늘어나면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실제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절차를 밟은 기업은 총 5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기록(45곳)을 넘어선 수준으로 지난 2020년(23곳)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하지만 수백여 곳에 달하는 부실기업 대비 퇴출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코스닥에서 조금 성장할 분위기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점도 코스닥에 찬물을 끼얹었다. 앞서 카카오, 셀트리온, 포스코DX 등은 이미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자리를 옮겼고 현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도 내년을 목표로 이전상장을 추진 중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는 “코스피 이전상장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 신뢰도 회복이 선결 과제라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기업이 늘어나고 코스피 이전상장 사례가 증가하는 것 모두 코스닥 시장 신뢰도 저하를 야기하는 요인”이라며 “코스닥 체질 개선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에서 낮아진 상장 요건을 강화하고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는 등 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해주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