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직접 취득 건수, 전년比 12% 증가 … 처분 78%↑소각·매입 공시 기업 평균 20% 상승 … 오로라 282% 급등재계 우려에 여당선 '자사주 소각' 속도조절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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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소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국내 증시 저평가)’를 위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 행보에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주가도 상승 흐름을 탔다.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 직접 취득(매입)을 신고한 건수는 총 13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16건)보다 12.07% 늘어난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73건, 코스닥 57건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기업이 여러 차례에 나눠 매입을 결정한 중복 건수를 제외하면 자사주 취득을 신고한 곳은 89사다.이 기간 자사주 누적 매입 금액은 9조8909억원으로 전년(2조6657억원) 대비 271.04%나 급증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는 2294억원에서 2322억원으로 1.2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코스피가 2조4335억원에서 9조6615억원으로 약 4배나 뛰었다.자사주 처분(소각)의 경우 총 32건으로 전년 동 기간(18건)보다 77.78% 늘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12건, 코스닥 20건이었으며 중복 건수 제외 시 28사다. 다만, 누적 소각 금액은 2186억원으로 지난해(2824억원)보다 22.59% 줄었다.자사주 매입·소각은 기업의 발행 주식 수를 줄여 EPS(주당순이익)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주가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한다.실제 올해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종목들의 신고 이후 평균 주가 상승률은 19.65%로 나타났다. 공시 직전 주가 대비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코스닥 상장사 오로라로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지난 1월 22일 5850원에서 전날 2만2350원으로 282.05% 폭등했다.또한 유무선 통신 부가서비스 제공사 인포바인도 올해 세 차례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내 2만8600원에서 8만2700원으로 189.16% 상승했으며 ▲매커스(157.61%) ▲디에스케이(101.68%) ▲키움증권(79.63%) ▲NHN KCP(79.63%) ▲코미팜(72.77%) 등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 기업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102사에 그쳤지만, ▲올해 1월 108사 ▲2월 119사 ▲3월 131사 ▲4월 147사 ▲5월 153사 ▲6월 156사 ▲7월 158사 ▲8월 162사(코스피 126사·코스닥 36사) 등 매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에 가까운(49.8%) 기업이 공시에 참여하는 등 대형 상장사 중심으로 참여가 지속되는 모습이다.이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연초 이후 34.70% 상승했다. 이는 코스피(34.18%)·코스닥(20.70%) 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상위 12위다.이처럼 기업들이 최근 자사주 매입·소각을 늘리게 된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담은 1차 개정, 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의 2차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이미 강화되고 있다”며 “조기 대선 이후 자사주 소각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이런 흐름은 추가적인 상법 개정안을 통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다만,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계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이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은 데다 오히려 경영권 방어 장치와 재무적 완충 능력을 잃게 돼 경기 불황·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소각 의무가 발생하기 전 자사주를 유동화하기 위한 교환사채(EB) 발행도 늘었다. 기업은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단기간 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희석 우려가 제기된다.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사주를 기반으로 EB를 발행한 건수는 15건으로 이미 작년 연간 11건을 넘어섰다. 규모로 봐도 지난해 8450억원에서 올해 1조41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연간 EB 발행액을 단순 추산해도 전년 대비 84.8% 증가율을 보인다.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은 예산이나 세제를 크게 건들지 않으면서 정치적 명분도 존재하는 만큼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자사주 소각 대신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등 유동화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여당에서 3차 상법 개정안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러시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상의의 비공개 정책간담회 이후 “(재계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정책 중 특히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관심이 높았다”며 “이에 민주당은 어느 정도 (재계와) 소통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이어 박 대변인은 “(재계는) 의견 수렴 없이 (입법 활동이) 빠르게 진행될까 봐 우려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더 깊게 논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