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소비자물가 4년 만 최저 … "연준, 금리 인하해야" 거듭 압박무디스, 110년 만에 미국 최고 국가신용 '트리플 A' 박탈국책기관 KDI마저 韓성장률 전망 0%대로 하향 … 1.6→0.8% 반토막4월 가계대출 5.3조 급증, 한미 금리차 확대는 한은 금리 인하 부담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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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국내 경제의 성장 둔화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분기 한국 경제는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미국발 관세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110년 만에 'Aaa'에서 'Aa1'으로 강등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기대치보다 낮게 나온 것도 이런 예측에 힘을 싣고 있다.한국와 미국 간 기준금리차와 최근 폭등하고 있는 가계대출이 금리를 인하하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내수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하면 한은의 5월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미국 4월 CPI 4년 만 최저, 신용등급 110년 만 강등 …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로써 연준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4.25~4.5% 수준에 머물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미국 CPI가 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지만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금리를 인하하라고 거듭 압박했다.시장에서는 미국의 4월 CP가는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여기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얹어졌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강등했다. 미국은 110년 동안 최고 등급을 유지했지만 정부부채와 재정적자 급증을 이유로 한 단계 강등했다.미국 정부 부채 문제가 다시 떠오르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 지난 2023년 피치가 8월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선을 위협하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4월 물가 발표 후 "느림보 파월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경제가 활기를 띨 준비를 하고 있는 이때 미국에 공정하지 못하다"며 “연준은 유럽과 중국처럼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고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공급충격을 불러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다시 꿈틀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파월 의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급 충격이 더 자주, 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장기 금리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높은 실질 금리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관세는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시장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 보면서 한은이 이달 금리를 인하할 경우 오는 7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 ▲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KDI 올해 성장전망 0.8%로 ‘반토막’ … 한은도 성장률 하향 시사시장에서는 한은이 경제 성장 둔화를 이유로 이달 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잇달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0%대 성장률’을 예고하고 있다.한은은 지난 2월 성장률 전망치(1.5%)를 제시했지만 이달 말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며 오는 29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특히 지난 14일에는 국책기관인 국책 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주요 IB(투자은행)들의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국내 주요 싱크탱크로서는 처음으로 0%대를 발표한 부분이어서 주목된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기관은 물론 글로벌 기관들도 큰 폭의 전망치 하향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 역시 대폭 하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다만 최근 폭등하고 있는 가계대출과 한미 기준금리 차는 부담이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3000억원 증가하며, 증가폭이 전월(7000억원) 대비 크게 확대됐다.토지허가거래구역(토허제) 해제 등으로 지난 2~3월 사이 증가한 주택거래 수요가 4월부터 대출로 실행되면서 증가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5월에는 토허제 해제가 본격 반영되면서 증가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한국(2.75%)와 미국(4.25%~4.5%)의 금리 차는 1.75%포인트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현상은 지난 2022년 8월을 제외하고 그해 7월부터 약 3년 정도 이어지고 있다. 격차가 확대될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상호관세 관련 미국과 협상 기대감이 반영되며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까지 급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다만 미중 관세 관련 추가 소식이 전해지거나 미국이 자국 기업들의 수출 및 수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원화 절상(원화 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어 환율 변동성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연준의 행보를 보고, 지난 1분기 한국 경제의 역성장, 미국 관세 여파 및 국내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를 유지하지만 적극적으로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발목을 잡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300원대로 내려온 점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보탠다”고 설명했다.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수출 여건 악화, 관세 불안 외에도 한국 경제의 큰 문제점은 내수가 지나치게 부진하다는 점”이라며 “새 정부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 하반기에 경기가 다소 개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