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부과 닷새 앞으로 … 한국 제조업 회복불가능 충격 우려일본은 15%로 합의했는데 … '투자 카드'에서 밀린 한국물리적 협상시간도 부족 … 이달 30~31일 마지막 협상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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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일본과의 협정을 읽었을 때 욕설(expletives)이 터져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이 일본의 협상 타결을 봤을 때 '아, 어쩌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 상무장관의 이 발언은 최근 한미 통상협상 국면의 위기감과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인 8월 1일로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 데드라인을 넘기면 25% 상호관세가 현실화되고 한국 경제는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 손실을 떠안게 된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워싱턴과 뉴욕에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 25일 예정됐던 '2+2 통상회의'가 미국 측 요청으로 전격 연기되면서 협상은 난기류에 빠졌다. 

    여기에 주말 사이 미국이 유럽연합(EU)와의 협상을 전격 타결하면서 한국은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양측이 미국에 각각 5500억 달러와 6000억 달러의 투자를 하기로 하면서 한국도 그에 버금가는 대규모 투자 방안, 즉 트럼프의 자존심을 세워줄 메가 투자책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 '일본 EU는 은 15%, 한국은 25%' … 관세 역전 현실화 위기

    미국과 일본은 지난 23일 양자 관세협상을 타결하고 일본산 제품에 적용할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 채 25% 상호관세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관세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이미 지난 4월부터 25%의 품목 관세를 적용받고 있고, 철강 역시 50% 관세가 부과돼 상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6% 가까이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실적은 각각 15.8%, 24.1%씩 감소했다. 일본보다 높은 관세가 유지되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상호관세는 단순한 수출 감소를 넘어 성장률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관세조치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4%까지 감소할 수 있으며 이 손실은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 충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일본의 관세 인하 효과까지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 한국의 '투자 카드' 통하지 않는 이유는

    협상이 지지부진한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투자 규모가 일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일본은 미국에 약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관세 인하를 얻어냈다. 반면 한국이 준비 중인 투자안은 1000억달러+α 수준으로, 미국 측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의 협상 반응을 언급하며 "욕설이 나왔다"고 표현한 것도 일본과의 격차가 만들어낸 외교적 긴장을 상징한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 측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 패키지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조선산업 협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협상 포인트를 모색 중이지만,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통 큰 양보'로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실은 "조선 분야에서 상호 관심을 확인했고,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미국 조선업 부흥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공약과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선 협력이 관세 협상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 중소기업 직격탄 불가피 … '정책 버퍼' 시급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들이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들은 물류 전환, 현지 생산 등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 수출기업은 단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기업은 버티겠지만, 중소기업은 쓰러질 수 있다. 관세 부과 이후 생존할 수 있도록 세제나 금융 측면의 정책적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사실상 오는 30일과 31일 단 이틀뿐이다. 미국 재무장관과 통상 라인이 스웨덴에서 중국과의 무역회담 일정을 소화하면 한국과 협상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사실상 다음 주말 직전뿐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스톡홀름으로 오라'는 압박에 응하든지, 비대면 방식의 절충안을 도출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협상에 실패한다면 0.8% 성장률 전망은 물거품이 되고, 0%대 저성장 고착화는 피할 수 없다. 정부는 남은 일주일 간 외교·경제 전 라인을 가동해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다음 주 중 구윤철 부총리와 조현 장관이 각각 미국의 베센트 재무장관과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조율하고 있다”며 “조선·철강·자동차 등 민감한 분야가 얽혀 있는 만큼 정무·외교·통상 라인이 연계된 패키지 접근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